세계일보

검색
코앞으로 다가온 설. 경기침체와 어수선한 정국으로 명절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지만 그리운 가족을 만나는 설렘엔 불황이 없다. 연휴가 짧아 귀성길이 부담되지만 반세기 전 귀성전쟁의 악몽을 떠올리면 걱정거리도 아니다. 거북이 철도와 꼬불꼬불 국도에 고속버스는 물론이고 자가용도 없던 시절. 서울에서 부산이나 목포 가려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 고난의 길이었다. 크고 작은 사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그중에서도 1960년, 설을 이틀 앞두고 벌어진 서울역 압사사고는 귀성전쟁의 최대 참사로 기록된다. 

압사사고 귀성객들의 벗겨진 신발과 옷가지.
1월26일 밤 10시50분발 목포행 완행열차는 귀성객 수송을 위해 평소 3배인 4000장의 차표를 팔았다. 부랴부랴 6량의 열차를 18량으로 편성하느라 발차 5분 전 개찰이 시작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완행열차는 좌석제인 2등석을 빼고 3등석은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이던 시대. 12개의 개찰구에서 쏟아져 나온 귀성객들은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좁은 계단을 통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붕만 있던 계단은 어두운 데다 마침 내린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웠다. 선물 꾸러미와 머리에 짐까지 이고 급하게 내려가던 승객 한 사람이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그 위에 사람들이 덮치면서 생지옥으로 변했다.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눈 깜짝할 새 31명이 숨졌다. 무질서와 안전불감증 때문에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귀성이 됐다. 들뜬 귀성길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그것이 부모님에겐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김규영 편집위원

△1968년 1월23일 미국 푸에블로호 북한 피랍

△1930년 1월24일 김좌진 장군 하얼빈서 피살

△2001년 1월26일 이수현 도쿄 지하철서 의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