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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 끝낸 'YH무역 사건' 여성근로자들 35년만에 무죄

입력 : 2017-01-20 16:45:33 수정 : 2017-01-20 16: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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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의 종말을 여는 도화선으로 평가받는 ‘YH무역 사건’을 주도해 형사처벌을 받았던 여성 근로자들이 35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신민당 김영삼 총재의 제명파동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부마민중항쟁으로 연결됐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재희)는 20일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특별조치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던 최순영(64)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여성 노동자 4명과 이들을 도왔던 시민운동가 고 황주석씨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른바 ‘YH 무역 사건’은 1979년 8월9일 가발 수출 업체 YH 무역에 다니던 여성 노동자 187명이 회사의 불법 해고와 부당한 처우, 일방적인 폐업공고에 항의하며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있던 신민당사 4층 강당에서 농성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농성 이틀 뒤인 8월11일 새벽을 틈타 2000여명의 경력을 신민당사에 투입해 강제 해산작전을 벌였고, 노조 집행위원장인 김경숙(당시 21세)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 사건 직후 경찰의 폭력 진압과 강제 연행에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이로 인해 당시 신민당 총재 김영삼 당시 의원이 의원직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이후 여파가 계속되면서 기독교·학생·청년세력 들의 반유신 연대투쟁을 촉발하고 경남 지역에서 부마민주항쟁을 촉발시키는 등 1970년대 말 한국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법원은 최 전 의원 등 YH무역 노조 간부 4명에 대해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주무관청에 조정을 신청하지 않고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고 관할 경찰서장에게 사전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했다’는 혐의로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들을 도운 고 황주석씨에게 징역 1년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심 재판부는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해 기소된 부분은 무죄”라며 “당시 집회는 근로자들이 회사의 폐업공고에 대응해 토의하기 위해 기숙사 마당에서 열린 것으로, 인근 거주자나 일반인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것으로 예견되지 않았다”며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등을 이유로 이들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헌법재판소는 1994년 박정희 정권 당시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조건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해 놓았던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결정한 바 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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