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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험 '독' 됐나… 국내 정서에 뒤쳐지는 반기문

입력 : 2017-01-19 18:42:25 수정 : 2017-01-20 11: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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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73세에도 하루 4∼5개 일정 ‘강행군’… 국민소통은 아직 미흡 / '헬조선' 부르짖는 청년들에 "포기 안 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억울해했다. 지난 16일부터 3박4일 전국 민생탐방에 동행하며 지켜본 반 전 총장은 지난 10년간 유엔에서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영호남을 넘나드는 대통합 행보를 펼쳤지만, ‘1일 1실수’라는 수식어도 뒤따랐다. 가는 곳마다 재임 당시 업적을 내세웠지만, 그의 지난 활동을 비판하는 시위대도 늘 함께였다. 반 전 총장 본인이 국내 정서와 동떨어진 메시지를 내놓고, 그의 대선 지원팀인 일명 ‘마포 캠프’의 잦은 실책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반기문 전 총장이 19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로부터 카이스 학교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가까이서 바라본 반 전 총장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가슴속에는 제8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고국에 전하고픈 말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는 청년들에게 “여러분이 포기하는 세대가 (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희망을 주입했다. 화재 피해를 본 대구 서문시장, 전남 여수 수산시장에서는 2011년 사무총장 연임 당시 캐치프레이즈인 “같이하면 불가능은 없다”를 외치며 상인들을 위로했다. “안보는 상당히 보수지만, 저는 늘 취약 계층과 대화하는 포용적 지도자”를 외치는 반 전 총장에게서 ‘기름장어’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 전 총장은 73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하루에 4, 5개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대권을 향해 질주했다.


“반갑습니다” 대권 행보중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예방, 이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세일즈 포인트인 해외 경험은 오히려 그의 소통 행보에 독이 됐다. 그는 시시각각 변화한 지난 10년간의 국내 정서를 따라잡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민생 행보를 ‘지방 순시’라고 불렀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만나서는 “할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하라.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각지 피난민을 예로 들며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을 당연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가 청춘에 던진 메시지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기성세대가 책임지는 자세보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철 지난 위로를 건넨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지방 일정 중 마을회관에서 숙박한 것을 두고 “제가 5성급 호텔에서 머물다 요즘은 화장실도 하나뿐인 곳에서 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민 행보를 표방했지만, 막상 서민의 삶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마포 캠프의 미숙함이 반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 전 총장 일정을 총괄하는 실질적인 ‘윗선’과 홍보 실무진 사이에서 사전 메시지 조율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외교관 출신이 대다수인 마포 캠프의 의사소통구조가 철저한 상명하복을 기반으로 하는 검찰조직과도 같다고 꼬집으며 “반 전 총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 일색의 보좌진은 이제 막 정치인이 돼 다양한 정무적 조언이 필요한 반 전 총장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뜻이다. 한 여권 관계자도 “(캠프가) 준비가 덜 된 반 전 총장을 호랑이 굴에 던져놓은 느낌”이라며 “민생 탐방 일정을 줄이고, 특기인 외교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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