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영호남을 넘나드는 대통합 행보를 펼쳤지만, ‘1일 1실수’라는 수식어도 뒤따랐다. 가는 곳마다 재임 당시 업적을 내세웠지만, 그의 지난 활동을 비판하는 시위대도 늘 함께였다. 반 전 총장 본인이 국내 정서와 동떨어진 메시지를 내놓고, 그의 대선 지원팀인 일명 ‘마포 캠프’의 잦은 실책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반기문 전 총장이 19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로부터 카이스 학교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
“반갑습니다” 대권 행보중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예방, 이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민생 행보를 ‘지방 순시’라고 불렀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만나서는 “할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하라.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각지 피난민을 예로 들며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을 당연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가 청춘에 던진 메시지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기성세대가 책임지는 자세보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식의 철 지난 위로를 건넨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지방 일정 중 마을회관에서 숙박한 것을 두고 “제가 5성급 호텔에서 머물다 요즘은 화장실도 하나뿐인 곳에서 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민 행보를 표방했지만, 막상 서민의 삶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마포 캠프의 미숙함이 반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 전 총장 일정을 총괄하는 실질적인 ‘윗선’과 홍보 실무진 사이에서 사전 메시지 조율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외교관 출신이 대다수인 마포 캠프의 의사소통구조가 철저한 상명하복을 기반으로 하는 검찰조직과도 같다고 꼬집으며 “반 전 총장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 일색의 보좌진은 이제 막 정치인이 돼 다양한 정무적 조언이 필요한 반 전 총장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뜻이다. 한 여권 관계자도 “(캠프가) 준비가 덜 된 반 전 총장을 호랑이 굴에 던져놓은 느낌”이라며 “민생 탐방 일정을 줄이고, 특기인 외교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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