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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의우주여행] 금성 ‘황산 구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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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9 21:24:16 수정 : 2017-02-03 14: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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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 물질 다량 땐 생명체 존재 가능성
30억년 전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
요즘도 저녁 하늘에서 가장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행성이 금성이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생명체가 살기 힘든 곳이 금성이다. 섭씨 500도에 가까운 온도, 90기압이 넘는 압력으로 금성 표면은 마치 지옥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그런 금성에서 생명체 탐사가 준비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베네라-D 프로젝트.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와 기압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을 갖춘 곳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른다. 금성에 존재하는 골디락스 존은 바로 금성의 대기 속이다.

금성의 대류권은 표면으로부터 약 100㎞ 상공까지 이어진다. 그중 50~60㎞의 높이가 골디락스 존이다. 이곳의 온도는 30~60도, 기압은 약 1기압으로 지구의 환경과 매우 비슷하다. 자외선으로 촬영한 금성 사진 속에서 검은 줄무늬로 보이는 곳이 바로 50㎞ 상공의 구름층이다. 그곳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이 태양으로부터 오는 자외선을 흡수해 검은 줄무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 물질들이 무엇일까. 러시아는 1960년대 금성 탐사에서 박테리아 크기의 길고 작은 물질을 발견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 물질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문제는 금성 구름층에 상당량의 황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황산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금성 구름 속에서 발견된 8개의 황으로 이루어진 S8이라는 물질에 주목하고 있다. 이 물질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질도 있다. 만약 이 물질이 금성 구름 속에 충분히 존재한다면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미국과 러시아는 올해 중으로 금성 탐사에 대한 협의를 마칠 예정이다. 발사 예정 시점은 2025년.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지구 밖 생명체 발견이 될 것이다.

사실 금성이 처음부터 생명체가 살 수 없었던 곳은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억년 전, 지구에 원시 생명체가 생겨날 무렵 금성도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깊이 2000m에 이르는 거대한 바다도 있었고, 표면의 온도는 평균 15도 정도로 온화했다.

하지만 수십억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금성의 환경은 변했다. 원인은 금성의 느린 자전과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였다. 금성의 자전 주기는 243일로 태양계에서 가장 느리다. 그만큼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오랜 시간 햇빛에 노출된 바다는 증발하게 됐고, 금성은 점점 더 온실처럼 뜨거워졌다. 지금으로부터 10억년쯤 전 금성은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옥 같은 환경이 됐다. 물론 그 이전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행성들의 환경은 오랜 세월에 걸쳐 계속 변한다. 지금은 지구가 가장 좋은 환경이지만 그것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변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지구에 오래 살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거나 변화를 늦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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