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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투데이] 필리핀 공권력 가담한 범죄에 한국인 희생…외교갈등 번지나

입력 : 2017-01-17 18:30:37 수정 : 2017-01-17 22: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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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경찰관 4명 가담 충격 / “마약 관련 혐의” 연행 가장 납치 / 살해 후 몸값 챙기고 연락두절 / 화장장서 시신 소각 증거 인멸
윤 장관 “진상규명·엄벌” 요청
지난해 10월 필리핀 거주 한국인 사업가가 필리핀 전·현직 경찰관 4명이 포함된 범죄단에 납치·살해돼 화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내에서 현지인이 금품을 노리거나, 한국인끼리 이권 다툼으로 발생한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는 종종 있었으나, 이번처럼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이 범행에 가담해 우리 국민이 희생된 경우는 처음이라 충격을 주고 있다.


필리핀 경찰관들의 한국인 사업가 살해 사건과 관련해 17일 외교부로 불려온 라울 헤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오른쪽)가 한동만 재외동포영사대사를 면담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다.
연합뉴스

◆공권력이 가담한 범죄에 한국인 희생

외교부는 17일 “지난해 10월 18일 납치된 한국인 지모(당시 53)씨가 납치 당일 살해됐다는 내용을 필리핀 경찰청에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는 필리핀 전·현직 경찰관 4명(현직 3명·전직 1명)이 주도적으로 가담했으며, 납치범들은 지씨를 살해한 뒤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시신을 소각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와 현지 교민 등에 따르면 사건 당일 지씨와 알고 지내던 현지 경사급 경찰관 등이 점심시간 집으로 향하는 지씨를 뒤쫓아와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지씨를 끌고 갔다. 이들은 지씨를 차 안에서 살해하고는 지씨 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두 차례 현금을 인출했다. 10여일 후인 30일에는 지씨의 부인에게 문자를 보내 몸값으로 800만페소(1억9000여만원)를 요구했으며, 다음날인 31일 지씨 부인을 협박해 500만페소(1억2000여만원)을 갈취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지씨 가족은 필리핀에 이민을 온 지 18년가량 됐으며 약 7년 전부터 건설 현장에 노동자를 공급하는 인력업체를 운영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범행 목적은 돈 때문이었다”며 “모범적으로 사업을 해온 분이라 교민사회도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필리핀 수사당국은 전·현직 경찰관 4명을 포함해 8명을 용의선상에 올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가운데 살해 당사자로 지목된 현직 경찰관 1명은 ‘제한적 구금’ 상태다. 법정 구속과는 달리 경찰서 내에서 이동만 허용한 것이다. 범죄에 가담한 전직 경찰은 캐나다로 도주했으며, 나머지 용의자들은 필리핀 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양국 정부 충격…외교문제 비화

필리핀 공권력에 의해 선량한 한국인 사업가가 무참히 살해돼 시신마저 소각된 사건은 한·필리핀 간 외교문제로 비화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필리핀 정부가 사안의 엄중성을 감안, 특별검사를 임명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윤 장관은 “필리핀 경찰관들이 연루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명확한 진상을 밝혀 범인들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외교부 한동만 재외동포 영사대사도 라울 헤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력한 유감의 뜻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평소 자체 방범단을 꾸려 운영해왔을 정도로 치안 불안을 느껴온 필리핀 한인 사회도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지씨 가족은 경찰 신고 후 자체적으로 현직 경찰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보를 파악하고는 현금 인출 내역을 확인하는 등 지씨의 행방을 수소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에 대한 불신은 물론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다보니 범인들이 몸값을 요구했을 때도 제대로 진상을 알리지 못한 채 동분서주했다는 의미다. 외교부는 범행에 공무원이 가담했다는 점에서 피해 유족이 필리핀 정부를 상대로 국가 차원의 배상도 청구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외교부와 경찰청이 필리핀 내 우리 국민들의 보호대책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 발생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교부는 새해 업무계획 보고 시 재외 국민보호를 역점사업으로 보고한 바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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