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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입양제도, 아이들이 위험하다] "사후관리는 입양기관의 몫"… 팔짱 낀 정부

입력 : 2017-01-16 19:26:04 수정 : 2017-01-16 21: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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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기간 등 구체적 지침 없이 방관/사실상 입양기관이 전권 쥐고 행사/부모교육 시간도 짧고 내용도 부실 “사후관리도 입양기관의 몫입니다.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저희가 가더라도 양부모들이 ‘범죄인 취급하는 것이냐’고 하는데 사실 방법이 없죠.”

최근 대구에 입양된 은비(가명·여)의 뇌사·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사후관리에 대해 묻자 담당 공무원이 했던 말이다.

16일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정부가 중앙입양원 등을 통해 입양가정의 사후관리에 나설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입양기관에 대해서는 입양 성립 후 1년 동안 법이 정하는 사항에 대해 사후관리를 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입양기관이 사후관리의 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양부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은비 사건’은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지고 은비가 뇌사 판정을 받는 등의 과정을 중앙 정부와 지자체, 법원까지 모두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다.

이러한 문제는 미혼모 상담부터 부모교육, 가정위탁, 입양 관련 서류 절차, 사후관리까지 입양의 모든 절차를 입양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입양의 현실에서 비롯된다. 이는 입양아의 인권보다는 양가정의 입장에 치우칠 수 밖에 없고, 입양 절차 전반의 간소화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부모교육 시간도 매우 짧다. 국내에서는 입양 전 부모교육을 최소 8시간 이수하도록 돼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고 증명도 입양기관의 몫이다. 미국은 10주 과정으로 30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영국은 2개월로 편성하는 등 아동의 특성이나 학대·방임 예방, 이웃에게 이야기하는 방법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한 것과 대조적이다.

법원의 입양 허가 판결을 위해 서류를 제출하는 것도 입양기관이 대행하는 경우가 많다. 은비 사건은 법원 판결 뒤 ‘즉시항고권포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보인다. A입양원은 친부의 항고권 포기 의사를 확인한 뒤 동의를 구해 도장을 만들어 문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전화번호가 바뀐 친모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임의로 진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A입양원 측의 ‘사문서 위조’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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