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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법은 만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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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7 01:19:28 수정 : 2017-01-17 0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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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정부 정책을 실현하는 데 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경향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한 것들 중 하나가 ‘조세지출’이다. 원래는 세금이 부과되어야 함에도 납세의무자에게 재정적인 혜택을 부여하고자 비과세나 세액공제·감면 등 여러 수단을 통해 세금을 줄여줄 때, 그 감소분을 조세지출이라 부른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단골메뉴로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조세지출 항목들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에도 정부가 중점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업종 또는 분야와 관련된 여러 조세지출 항목들이 최우선 순위로 올라가 있다.

그런데 조세의 중립성과 국가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세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 사회가 파레토(Pareto) 최적상태에 있지 않을 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비중립적 조세는 오히려 사회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한 까닭이다. 또한 10을 세금으로 징수한 후 4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나, 애초에 6만큼만 세금으로 거두는 것이나 실질적으로 둘은 하등 다를 바 없다. 이 예는 조세지출이 반드시 국가재정건전성을 훼손한다고 잘라 말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이렇듯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조세지출도 뚜렷한 객관적 근거가 없거나 인기영합적 정책수단으로 오용될 때는 중립성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각종 투자세액공제다. 투자세액공제의 수혜를 받는 쪽은 주로 대기업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에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줄곧 제기되었다. 앞서 보았듯이 일부에 국한된 재정적 혜택이 사회 전체의 편익을 증가시킨다면 이를 무조건 그르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낙수효과를 항상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 인하처럼 말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발표된 내용 중에는 가장 심각한 현안 중의 하나인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세지출에 해당하는 혼인세액공제를 신설하는 안이 담겨져 있다. 결혼하면 1인당 50만원을 내야 할 세금에서 빼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혼인세액공제라는 하나의 수단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정책들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무엇인가를 보여야 하는 관료집단의 속성과 그에 따른 얕은 생각의 단적인 예다.

이처럼 어떤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조세지출 항목 하나 정도는 끼워 넣어야 구색이 맞춰진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런 까닭에 조세지출 항목이 넘쳐난다. 그렇지만 앞에서 짚은 것처럼 조세지출이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그 활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 조세지출의 남발이 국가의 지나친 후견으로 비쳐질 우려도 있다. 나아가 명확하지 않은 정책은 의혹의 대상이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신성장산업 연구개발비 세액공제가 도마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조세지출 항목이 처음 법에 들어왔을 때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이내 굳어진 혜택이 되어 인센티브로서의 효과가 사라진 예도 부지기수다. 세법은 우리 사회의 모든 현안거리에 개입돼야 할 만큼 만능이 아니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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