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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입양제도, 아이들이 위험하다] 의사 1명의 입김에 무너진 아동학대 방지체계

입력 : 2017-01-15 19:29:26 수정 : 2017-01-16 0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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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부모와 친한 소아과 교수/아이 가정사 전하며 편파적 증언/경찰 제대로 조사 않고 오인 판정/고의성 입증 못 해 처벌도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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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가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숨진 사건은 1차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던 지난해 4월 정부 당국과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섰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다른 의사에게 휘둘리는 바람에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4일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은 응급이송된 은비의 몸에서 멍 등을 발견하고 이튿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대구남부경찰서와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이 출동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다른 C교수가 개입해 은비를 입양한 백모(53)·김모(49·여)씨 부부를 두둔하는 한편 신고한 병원 관계자를 강하게 책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 부부와 오랜 친분 관계를 쌓으며 백씨의 다른 자녀를 진료하기도 했던 C교수는 경찰에 “백씨 부부는 은비 외에도 여러 아이를 입양해 키운 훌륭한 분들이다”, “은비 몸의 상처는 자해지 아동학대가 아니다”는 등의 말을 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은비가 대구에 앞서 경기 동탄의 한 가정에서 파양된 사실을 두 차례로 전하는 등 은비의 문제점을 부풀렸다.

제대로 된 조사라면 C교수가 은비의 주치의인지, 어떤 직무를 담당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지만 경찰은 ‘상당한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의사가 은비는 물론 은비의 가정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 곧이곧대로 믿고 ‘오인 신고’로 결론 냈다.

경찰과 정부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업무를 방해했는데도 C교수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려 했으나 결국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은 당시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었다고 본다”면서도 “우리의 권한과 책임은 신고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병원에서도 C교수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은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엉뚱한 의사 한 명 때문에 수사 전체가 어긋난 것은 아동학대 방지 체계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신고 의무자의 역할은 물론 신고 이후의 경찰 수사 등 업무 절차 전반에 대한 매뉴얼을 보강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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