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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직도 눈대중으로 화재 점검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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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6 00:03:17 수정 : 2017-01-16 0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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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전남 여수수산시장의 화재는 ‘먹통 안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불은 시장 1층 업소에서 전기 불꽃이 튀면서 일어나 삽시간에 주변 상가들을 집어삼켰다. 한밤중에 화재가 발생한 덕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2시간 만에 꺼졌지만 125개 점포 중에서 116곳이 타거나 그을렸다고 한다. 설 대목을 앞둔 상인들의 마음이 새카맣게 타버렸을 것이다. 여수수산시장은 주말이면 매장마다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여수 관광명소 중 하나다.

화인은 일단 전기 합선으로 추정된다. 전통시장은 상가가 밀집해 있어 화재에 매우 취약한데 전기시설이 노후화한 곳이 많다. 당국은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나자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벌였으나 이번 화재를 막지 못했다. 당국이 주마간산 식으로 대충 점검을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최초 신고자인 시장 경비원은 처음엔 경보음을 못 들었다고 했다가 나중에 경보기가 울렸다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수사당국이 감식을 통해 정확히 가려야 할 대목이다.

서문시장 화재에서도 눈가림식 안전점검이 원인이었다. 관할구청은 안전점검을 상인들에게 넘긴 뒤 1년에 한 차례 눈으로 현장을 살펴보는 게 전부였다. 미로 같은 통로에 적치물이 수북이 쌓이고 배선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지만 안전에 합격점을 받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소방당국과 상인들의 무사안일이 빚은 인재인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사고가 터지면 긴급점검을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통과의례를 수없이 되풀이했다. 안전을 위한 비용 지불을 손해로만 생각한다면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 단속이나 점검에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같은 사고는 언제든 일어나게 마련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아직 달라진 게 없다. 법제를 고치고 매뉴얼을 만들면 무엇하나. 안전을 입으로만 소리치고 지키지 않으면 사고의 재발은 막을 수 없다. 대형 사고는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곳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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