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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국회 회의록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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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3 22:02:58 수정 : 2017-01-13 22: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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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취재팀에서 일했다.

이번 취재는 ‘기록과의 싸움’이었다.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추적하기 위해선 40년이 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박영준 정치부 기자
두 사람의 관계를 풀어내고 국정농단의 뿌리를 찾기 위해선 최순실씨 아버지 최태민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했다. 1970년대 중반 최태민씨와 당시 영애였던 박 대통령의 ‘구국선교단’ 활동을 기록한 자투리 신문기사들을 시작으로 1979년 10월23일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가 작성한 ‘최태민 관련 자료’를 거쳐 1990년대 육영재단 분규를 기점으로 수많은 주간·월간지의 최태민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다룬 기록을 찾았다. 박 대통령이 펴낸 인터뷰집, 수필집을 포함한 단행본, 법원 판결문과 등기부등본 등도 포함됐다. 기록을 비교 정리해 부족한 조각을 찾아내고 기록과 기록을 조합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1990년대 중반 최순실씨가 ‘최민희’라는 가명으로 한 여성지와 나눈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참 깨끗한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 대목을 읽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번 취재를 하며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문구를 어느 때보다 실감했다. 취재 기간 동안 기록이 가지는 무게감과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다양한 기록물 가운데 국회 회의록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3년 가까이 정치부 기자로 국회에서 일했지만 국회 회의록을 꼼꼼히 뜯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4년 4월8일 국회 본회의 회의록에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공주승마’ 의혹이 제기됐고,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아무 근거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하는 대목이 기록됐다. 최근 정유라씨를 비호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것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 덕이다.

2014년 11월28일 세계일보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보도 이후 열린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 청와대 비서실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록에는 ‘정윤회 문건’ 논란의 본질을 문건 유출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정부와 새누리당 의원들의 눈물 나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기록된 청와대의 ‘문건 대책회의’와 당시 국회 회의록을 비교하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방치한 사람들의 면면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지난 12일 마무리됐다. 국정조사 청문회를 긴장감 속에 지켜봤다.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증인들과 증언, 증인들의 결정적 증언을 이끌어 낸 국회의원들의 질문 하나하나가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의혹을 모두 파헤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증인의 위증, 일부 국회의원의 함량 미달 질의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래도 국조특위에서 써 내려간 국회 회의록에는 많은 진실이, 또 진실을 찾을 단서가 담겨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다시 기록과의 싸움이다.

박영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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