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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국정원이 미행' 지인에 전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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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2 18:19:49 수정 : 2017-01-13 14: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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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현일 기자 ‘언론자유 침해’ 증언 헌법재판소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을 열고 언론 탄압과 관련한 심리를 진행했다.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는 ‘정윤회 문건’을 취재·보도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겪은 언론자유 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 증인인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가운데)가 12일 서울 종로구 헌재로 들어서고 있다.
하상윤 기자
◆“취재원, 국정농단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말해”

조 기자는 이날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윤회 문건’ 등 박근혜정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논쟁을 일으킨 문건을 취재원이 세계일보에 제공하게 된 경위 등을 밝혔다. 조 기자는 “취재원이 진보 언론은 과하게 보도할 것 같고 메이저 언론은 보도가 아닌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 같다는 게 취재원의 말이었다”며 “세계일보가 쓸 것은 쓰는 곳이라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조 기자는 이어 “취재원이 걱정이 돼 정말 문건을 보도해도 되느냐고 하자, 취재원이 ‘이게 나라냐. 나라가 이 지경인 걸 국민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정윤회 문건 취재 과정에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만류한 일 역시 공개했다. 조 기자는 “박 전 행정관이 ‘정윤회를 건드린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모두 날아갔다. 당신은 3년은 검찰에 불려 다닐 것이고 검찰·국세청·청와대 모든 수석실이 달려들 것이다’고 경고했다”고 했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 등은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28일 ‘정윤회 문건’과 비선실세 의혹을 보도한 직후 검찰에 조 기자 등을 고소했고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다. 이른바 ‘십상시’가 세계일보 관련자들을 고소한 것을 두고 조 기자는 “기사에서 십상시가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았는데 본인들이 벌떡 일어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걸 보고 코미디라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정윤회 문건의 입수 경위와 취재원 등을 캐물었지만 조 기자는 “언론윤리상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문서 입수시점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도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청와대 문서를 입수한 사실이 있다”고만 했다.

◆“국가정보원, 기자에게 경고”

문건 보도 이후 조 기자는 검찰뿐 아니라 국정원이 계속 기자를 미행 중이라는 경고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조 기자는 “지난해 9월 사정당국 관계자에게서 ‘국정원 소속 지인과 대화하던 중 국정원이 당신을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국정원 측은 “조현일 기자 본인은 이유를 알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에 대한 탄압 사례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조 기자는 “세계일보 관련 4개 계열사가 세무조사를 받았고 건강보험공단 등은 청와대의 질타를 받고 세계일보 광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은 세계일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려고 했으나 언론탄압 여론 확산을 우려해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기자는 “검찰 특수부가 기자를 수사한 정도로만 고소인들을 수사했다면 국정농단의 흔적을 당시에 찾아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증언 말미에 “2015년 1월5일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보름 후 아내가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며 “최경락 경위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관련자들에게 검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걸 보고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언론의 본령은 권력에 대한 감시지만 그 일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세계일보는 이를 혹독히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는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소재 파악에 실패했다는 통보를 경찰로부터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16일 다음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의 관저 근무는 근무장소 이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또 “조현일 기자의 용기 있는 증언에 감사하다”며 “취재과정의 고뇌와 그 후의 일들을 담담, 냉정, 침착하게 증언해줘서 듣고 있으면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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