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탐색]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안 보여요"…더 팍팍해진 서민경제

입력 : 2017-01-11 18:48:43 수정 : 2017-01-11 21:42: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얼어붙은 고용·벼랑 끝 자영업… 살림살이는 언제 펴지나 / 작년 청년실업 1년 내내 고공비행/ 금융권선 일자리 1만2000개 증발/“졸업자 중기 회피도 고질적 문제”/ 창업자들 경기침체로 ‘빚 수렁 ’에/ 청탁금지법·AI 파동에 ‘설상가상’
'
# 서울 소재 사립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박모(29)씨는 지난해 1년 동안 대기업·중견기업 약 30곳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낙방했다. 대기업 계열사 중 비교적 경쟁률이 낮다는 곳과 선발인원이 많은 영업직군을 골라 지원했지만 서류 통과는 6번에 그쳤다. 박씨는 “운 좋게 면접에 가도 직무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요즘 취업이 정말 어렵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전국 시도에서 1인당 개인소득이 가장 높은 울산은 요즘 실업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한파가 조선업 등 제조업이 밀집된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심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울산 실업률은 4.3%로 1년 전보다 무려 1.3%포인트나 급등했다. 지난 한해동안 울산 실업률은 3.8%로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대내외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는 한국경제에 고용 한파가 엄습했다.

청년들은 좁아진 취업문 앞에 서서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으로 중장년층도 일자리에서 내몰리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금융직 화이트칼라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늪에 빠져 좀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실직자들이 떠밀리듯 뛰어드는 자영업은 한국경제에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역대급’ 청년실업

지난해 청년실업은 그야말로 ‘역대급’ 수준이었다. 1년 내내 고공비행했다. 1999년 6월 통계 개편 이후 월간 청년실업률 최고치를 7차례나 갈아치웠다. 지난해 연간 기준 청년실업률은 9.8%로, 2015년 최고 기록 9.2%를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청년 고용시장이 다른 연령대보다 특히 더욱 거센 한파를 맞은 것은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에 조사한 결과 210개 기업 중 48.6%가 신규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화이트칼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국내 금융권에서 최근 3년간 1만2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원이나 대리 등 하위직급 일자리가 임원급보다 2배가량 많이 증발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고용시장에서 대기업들이 채용을 늘리지 않고 있고, 청년들 특히 대학졸업생들은 중소기업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노동시장이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벼랑 끝으로 몰리는 자영업자


실업대란은 자영업자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사업으로 희망을 찾으려는 중년층과 젊은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들은 창업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빚이 불어나고 경기침체로 소득이 정체되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자영업자가 직면한 엄혹한 현실은 최근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12월 자영업자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4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떨어졌고 가계수입전망 CSI는 89로 11월보다 4포인트 내려갔다. 자영업자의 소비지출전망 CSI는 2년 만에, 가계수입전망 CSI는 4년 만에 각각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의 소득 정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등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1.2%로, 임시·일용근로자(5.8%)나 상용근로자(2.1%)보다 훨씬 낮았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는 약 570만명으로 파악된다.

자영업자의 상황이 나빠진 것은 기본적으로 내수가 좋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를 둘러싼 악재는 쉽사리 해소되기 힘든 상황이다. 작년 9월 말 시행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자영업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직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민간소비 위축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에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까지 터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좀 더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한국경제의 판 자체를 바꾸는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구조적인 모순과 비정상을 고치고 개혁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결과는 과거부터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은 오래된 경제공식을 비판 없이 추종해서 빚어진 필연적인 결과”라며 “다가올 새로운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펼쳐야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염유섭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