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풍 차단 나선 야권 잠룡들 …'위안부 재협상' 공세

문재인, 충남서 위안부 묘소 참배/“공식 사죄 없어 ‘합의’ 수용 불가”/ 반 전 총장 “합의 환영” 발언 겨냥/이재명 “최소 형식·요건 못 갖춰”/ 안철수도 “정부의 외교참사” 가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하루 전인 1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 위치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묘소를 참배했다. 대권주자의 망향의 동산 참배는 이례적인 일이다. 문 전 대표도 정치에 입문한 이후 처음으로 이곳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을 기반으로 둔 반 전 총장의 한·일 역사의식을 겨냥한 정치행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참배 후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가운데 이루어졌던 위안부 합의는 그냥 10억엔 돈만 받았을 뿐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인 사죄조차 받지 못했던 합의이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효의 합의”라고 강조했다.

망향의 동산은 일본의 침략으로 고국을 떠나 숨진 재일동포를 비롯한 해외동포들을 위해 세워진 국립묘원이다. 동산관리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제강점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동원된 해외동포들의 귀향의 념을 실현하는 장소이자, 후손들에게 국권 상실의 아픔과 교훈을 일깨워 주는 역사적 장소”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는 40여 위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묘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1일 충남 천안 ‘망향의 동산’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문 전 대표가 망향의 동산을 찾은 것은 반 전 총장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과거 발언을 고리로 ‘반풍’(潘風·반기문 바람)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5년 12월28일 위안부 합의 직후 성명을 통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환영한다”며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리더십과 비전에 감사한다. 대통령이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귀국 후 야권의 공격 소재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야권 대권주자들은 대부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폐기와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가 간 합의로서의 최소 형식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부 간 협상 결론에 동의할 수 없는 데다 처음부터 정부 간 협상으로 무마될 건이 아니다”고 폐기를 촉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독단적인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 참사”라며 즉각 폐기를 주장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근 “돈 10억엔 때문에 전 국민이 수치스럽게 살아야 하는가”라며 예비비 편성을 통한 반환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하실 때 이(위안부 합의 환영 발언) 문제에 대해 즉각 해명하셔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야당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 언론뿐만 아니라 야권 차원에서 본격 검증에 들어갈 것”이라며 “역사의식에 대한 부재는 피할 수 없는 검증 항목”이라고 강조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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