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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저 우산속에서 당신과 걷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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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2 14:00:00 수정 : 2017-01-11 20: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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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동진
싱그러운 청춘은 아니에요
눈가에 잔주름이 어느새 익숙해졌거든요
그 겨울의 추억도 어느새 세월이 두껍게 입혀졌지요
그래도… 가방 하나 사이에 두고
스치는 서로의 손 끝으로 전해오던
당신의 들뜬 발걸음, 나

겨울의 정동진은 여름보다 사람에 덜 치이고, 고즈넉한 바다 풍경에 빠지기에 적당하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발 근처까지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보고, 흰 거품이 이는 파도 치는 모습을 보며 혼자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캄캄한 어둠을 내달린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무던한 이는 불편한 의자에 머리를 기댄 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코를 곤다. 반면 코고는 소리에 잠을 포기하고 어둠만 내려앉은 창밖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흘러 목적지에 도착한 여행객은 피곤함을 짊어진 채 기차에서 내린다. 
밤샘 기차 여행의 피곤함을 달래기도 전에 여행객을 맞는 것은 파도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어서 바다 풍광보다는 파도소리에 먼저 익숙해진다. 어둠은 점차 사라지고, 새벽 공기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바다 멀리서 동이 트기 시작한다. 10여분에 불과한 클라이맥스를 보며 그간 피곤함을 이겨낸다.

강원 강릉 정동진은 붉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던 청춘 시절의 추억을 품은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한 곳이다. 벌써 20여년 전이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1995년 이맘때 방영됐다. 수배를 피해 한적한 어촌에 숨어 있던 혜린(고현정)이 경찰에 붙잡히는 장면을 촬영한 정동진역은 ‘소나무 한 그루 서있는 겨울바다 기찻길’로 유명해졌다. 드라마뿐 아니다. 드라마를 모르는 사람들도 ‘해돋이’ 하면 ‘정동진’을 떠올릴 정도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사람이 북적이는 정동진이지만 그래도 옛 모습을 떠올리며 정동진 바다 풍경을 담으려면 여름보단 겨울이다. 사람에 덜 치이고, 고즈넉한 바다 풍경에 빠지기에 적당하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발 근처까지 밀려오는 거센 파도를 피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뒤로 물러서서 멍하니 흰 거품이 이는 파도 치는 모습을 보며 혼자만의 상념에도 빠져본다.

젊은 연인이 정겹게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나이 든 중년 부부가 오붓하게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곳이 정동진의 겨울이다.

분위기 있는 겨울바다의 매력을 품은 정동진에 새로운 겨울바다가 생겼다. 지난해 10월 개방된 바다부채길이 그곳이다.

해안경비를 위한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 사용됐던 이곳은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바다부채길이 여행객을 맞는 첫 겨울이다. 정동진의 부채 끝 지명과 탐방로가 있는 지형의 모양이 마치 동해(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이름을 얻었다.

총 길이 2.86㎞의 부채길은 거대한 크루즈형 리조트인 정동진 썬 크루즈 주차장과 아늑한 심곡항 어디를 시점과 종점으로 택하든 자유다. 다만 정동진 썬 크루즈에서 시작하는 게 500m가량의 경사지를 내려가 심곡항까지 갈 수 있어 비교적 평탄하다. 반대라면 급경사 계단을 올라야 해 몇 배나 힘이 더 든다.

부채길은 기암괴석, 주상절리, 비탈에 아슬아슬하게 선 소나무와 향나무 등 볼거리가 풍부해 힘들 겨를이 없다. 고려 시대 강감찬 장군이 발가락이 여섯 개인 육발호랑이를 백두산으로 쫓았다는 전설이 깃든 투구 바위, 어부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부채 바위 등 전설도 담고 있다. 부채길은 1시간여 정도면 반대편으로 갈 수 있다. 바람이 강하고, 파도가 심한 겨울엔 미리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자녀와 함께라면 정동진의 시간박물관을 들려보자. 모래시계 촬영장소와 어울리는 테마의 박물관이다. 예술성과 희귀성을 가진 250여점의 시계를 전시해놨다. 과거 물시계, 해시계부터 타이타닉 침몰시 멈춘 진품 회중시계 등 예술성과 희귀성을 가진 250여점의 세계 각국 시계가 전시돼 있다.

강릉 경포대 부근에 있는 ‘참소리축음기 & 에디슨과학박물관’도 강릉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에디슨의 3대 발명품인 축음기, 전구, 영사기뿐 아니라 전기다리미, 전화기, 냉장고, 믹서 등을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에디슨의 발명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이다. 박물관 관장인 손성목씨가 전 세계 30여개국을 돌며 수집한 영사기와 영화 카메라를 비롯해 영화 관련 자료 3만5000여점을 갖춘 손성목영화박물관에서는 영화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품 가운데 최초의 컬러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찍은 카메라도 있다. 원래 3대가 있었는데 1대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그리고 나머지 1대는 스튜디오 화재 때 화마에 휩싸여 사라졌다고 한다. 박물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경사로에서는 1900년대 초부터 근래에 사용한 영사기들과 다양한 포스터를 만나볼 수 있다.

강릉=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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