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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자존감 저평가된 상태…긍정적인 예감으로 버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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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1 11:32:26 수정 : 2017-01-11 11: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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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 저자 윤홍균 정신과 전문의 서울 마포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윤홍균(41) 원장은 그의 이름보다는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 저자로 더 유명하다.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지난해 9월 출간된 뒤 지금까지 20만부 넘게 팔렸다. 방황과 실패, 좌절을 겪어 본 인생 선배의 진솔한 자기 고백과 현실적인 조언이 담겨 있기 때문일 터.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윤 원장은 3년간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몇 번을 그만두려고도 했다. 그런 책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난 5일 만난 윤 원장은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버티기’를 당부했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기다리다 보면 인생이 잘 풀리는 날이 끝내 온다는 것이다.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 저자인 윤홍균 원장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자신이 운영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자존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G이재문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나의 청년 시절. 어려움이나 위기가 있었는지.
“재수해서 1996년 의과 대학에 들어갔다. 원래 의사보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학교 다니기가 싫어지더라. 본과 1학년 2학기에 낙제해 유급이 됐다. 그때 피시방을 드나들기 시작하며 게임에 빠졌다. 피시방에 한 번 가면 돈과 체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게임을 했다. 끼니도 거르고 잠을 거의 안 잤다. 그렇게 몇 달간 지내다 보니 허깨비가 보이더라. 집에 가는데 스타크래프트 화면이 보이고 소리도 들리고. ‘갈 때까지 갔다’, ‘이제 그만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바로 그만두진 못했다.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재미는 없어지더라. 다행인 건 부모님이 그런 나를 내버려 두고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모님이 형과 비교하며 야단쳤으면 복학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당시 방황을 후회하지는 않는지.
“후회하진 않는다. 살다 보면 방황할 수 있다. 몸이 다치지 않을 정도의 방황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게임 중독에 빠져 봤기 때문에 중독자의 마음이나 생활을 잘 안다(윤 원장의 주요 관심 분야는 자존감과 중독이다). 불행하다며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말도 잘 통한다. 다만 내가 외롭고 불행하다는 자기 연민에 술, 담배에 빠져 건강을 많이 해친 게 후회가 된다.”

-자존감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대한민국 청년들의 자존감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자존감은 주관적인 자기평가다. 일명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 낙인찍는 게 대표적이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자존감이 나쁘진 않다. 다들 욕심이 있다. 다만 자존감을 좀 더 높여도 되는데,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높게 평가해도 되는데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 경기 불황에 국정 농단 사태로 부정의한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청년들의 자존감이 위기다. 돈 문제가 크다. 자존감이 있다는 건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집이나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인지의 문제다.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난으로 자존감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신과 의사를 처음 할 때만 해도 부모나 친구에게서 받은 상처, 콤플렉스 문제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은 돈 문제로 온다. 자영업자들이 사업이 안돼 잠이 안 온다며 오고, 청년들은 학자금을 도박이나 성매매에 탕진해 자책하며 오고.”

-도움을 청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는지.
“의견을 조율해 작전을 같이 한번 짜 본다. 장단점 등 그 청년이 가진 자원은 뭔지, 부모가 가진 자원은 뭔지 등을 토대로 말이다. 이를테면 혼자 있을 땐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소외되는 느낌에 사회생활을 힘들어하는 친구에게는 성격을 바꾸려 하지 말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조언해 준다. 그 작업이 ‘자존감 수업’이란 책으로 나온 거다.”

-청년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혹은 잃지 않으려면.
“우선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만 문제 있는 게 아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롤모델을 잡고 그 사람이 간 길을 흉내 내며 그를 닮아 가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돈을 어떻게 모아 성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롤모델이 없는 게 문제다. 재벌 중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기업인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예산의 일정량을 청년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청년 실업이 지속돼 청년 빈곤 문제로 이어지고 청년들이 분노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지금 당장은 무력감이 들겠지만 끝까지 버티며 기다렸으면 좋겠다. 올해, 내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자존감 수업’이 맨 처음 광화문 교보문고에 10권 나갔다. 매대에 진열도 안 됐다. 여러분의 인생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버틴다는 말은 자책이나 자해를 하지 않고 긍정적인 예감을 선택하라는 의미다.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 하지 말고 차라리 기성세대를 탓해라. 담배, 술 등 중독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 또 긍정적인 결과는 선택하기 힘들지만 긍정적인 예감과 부정적인 예감 가운데 긍정적인 예감을 선택할 수는 있다. ‘20대는 힘들지만 30대에 잘되겠지’ 같은 생각 말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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