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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1등 아냐…좋은 결과 얻으려면 ‘지금 이 순간’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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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1 11:31:28 수정 : 2017-01-11 11: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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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 “할 수 있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10 대 14란 코너에 몰렸던 박상영(22) 선수는 이 말을 되뇌며 투지를 불사른 끝에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경기 종료를 2분 남짓 앞두고 잇따라 5점을 따내 15 대 14로 역전승을 거둔 것. 상대는 당시 세계 랭킹 3위인 헝가리의 제자 임레(43)였고, 박 선수의 랭킹은 21위에 불과했다. 그가 한국 사회에서 ‘긍정의 아이콘’이 된 이유다.

박상영 펜싱 선수가 지난 3일 서울 태릉선수촌 펜싱 경기장에서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하상윤 기자
지난 3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박 선수는 이 같은 수식어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닥치지 않은 일들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독일 하이덴하임에서 개최되는 펜싱 월드컵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지만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는다.’ 올림픽이 끝난 뒤 박 선수가 훈련 일지에 쓴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겸손하면서도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묻어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할 수 있다”는 박 선수의 말이 지난 한 해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였다. 국민들이 왜 이 말에 열광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도 대답하기가 애매한 것 같다. 흔하디 흔한, 평범한 말인데 10 대 14란 절박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소위 말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할 수 있다’는 언제부터 좌우명으로 삼아 왔는지.

“‘할 수 있다’가 좌우명은 아니고, 따로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같은 땀의 법칙을 좋아한다. ‘할 수 있다’는 말은 2015년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란 부상을 겪고 세계 랭킹이 몇 백 위로 떨어지는 등 절박한 상황에서 계속 되뇌게 됐다. 올림픽 결승전 당시 상황은 너무 흥분해 기억이 잘 나진 않는데, 그때 “할 수 있다”고 처음 외쳐 준 분이 여자 사브르 코치인 유상주 선생님이었다. 유 선생님 말을 듣고 할 수 있다고 한 것 같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예선 탈락이란 고배를 마셨다가 바로 다음 달 아르헨티나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는데.
“올림픽 이후 여러 행사 때문에 연습량이 많이 부족했다. 전국체전이 끝나고 나서 ‘할 수 있다’는 좋은 생각을 갖고 있어도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저 그런 말이 된다고 느꼈다. 행사에 가급적 안 나가려 노력했고, 행사가 늦게 끝나면 밤늦게 혼자 운동을 많이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나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는지.
“되게 많았다. 시합을 준비하다가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덮쳐 오기 때문이다. 결국 불안은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생기는 감정이고, 내가 바라는 결과를 얻으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좋은 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안에 사로잡히면 쉴 때 ‘내가 쉴 때인가’, 운동할 때 ‘이 운동을 하면 되나’ 하는 생각에 일상적인 생활이 안 되더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쉴 때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고, 운동할 때는 운동에만 집중하려 한다.”

- 고등학교 1학년 때 10개년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는데. 앞으로 계획은.
“고등학교 1학년이 아니라 중학교 1학년 때다. 이사를 자주 다녀 그 계획을 써놨던 종이는 잃어버렸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 선발’, ‘대학교 1학년 때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적었다. 그때 세웠던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 같다(박상영 선수는 경남체고 3학년 때 최연소 펜싱 국가대표가 됐고, 이듬해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일단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오는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그랜드슬램(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세계 랭킹 1위로서 이전과는 무게감이 다를 것 같은데.
“완전한 1위가 아니고, 아직까지는 도전자의 입장인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계속 경기에 임하고 있다. 경험 많고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다.”

-“할 수 있다”보다는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힌 청년들이 적지 않은데. 또래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환경을 이유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 좋은 결과는 안 나오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나의 장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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