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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가 주목한 평화 시위, 과격·폭력 변질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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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9 00:56:23 수정 : 2017-01-09 00: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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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분신사건이 일어났다. 분신한 60대 승려는 11차 촛불집회가 열린 그제 경복궁 앞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체포를 요구하는 글을 남기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광화문 시위에서 인명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다. 친박보수단체 집회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촛불시위에 대한 맞대응 성격을 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을 압박하고 박영수 특별검사의 법적인 활동을 제한하는 시위에 나섰다. 시위 현장에서는 탄핵 찬성파를 색깔론으로 비난하고 영호남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그간 수백만명이 운집한 광화문 촛불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그 모습에 세계가 주목하고 놀라워했다. 한국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랬던 시위 현장이 근 석달 정도 지속되면서 배타적이고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평화롭고 질서정연하던 집회가 적대적인 진영 대결로 전락하면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추락하고 사회는 지역과 이념과 세대로 갈가리 찢어질 수밖에 없다.

폭력은 사이버상에서도 일상화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은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정치인에게 18원 후원금과 항의 문자를 대량 살포하는 ‘문자 폭탄’을 예사로 퍼붓고 있다. 이들의 문자 테러는 당내뿐만 아니라 다른 당 인사에까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이다. 친박보수단체의 ‘실버 워리어’들은 각종 인터넷사이트에서 진보 진영을 종북단체로 매도하는 등의 댓글 달기에 대거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노년층 시위자들은 온라인에서 보수의 글을 나르는 활동을 넘어 새누리당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을 접수해 이데올로기 투쟁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지 오늘로 한 달이다. 국회와 행정부는 어렵게 위기를 넘기고 있다. 안팎의 파고는 험하고 높다. 경제는 하락세가 가파르고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연일 우리의 안보를 위협한다. 우리끼리 으르렁거리며 대립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국가의 안위에 눈을 감고 극단적인 이념전쟁에만 매몰되면 회복불가능한 재앙을 맞을 것이다. 여야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넘어 나라를 생각해야 할 때다. 지지자들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자제를 호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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