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기자와 만납시다] 당신만의 세 자리수 '키'…고민 많으시죠?

입력 : 2016-12-31 03:00:00 수정 : 2016-12-30 18:52: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클릭했다.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은 며칠 내로 오겠지. 하지만 계속 쓸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처음에는 좋게 생각해도 적응을 못 한다면 책상이나 신발장 어딘가 푹 박혀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25)씨는 사흘 전 난생처음으로 ‘깔창’을 구입했다. 비교적 낮은 높이 2cm짜리 제품이어서 티는 안 날 것 같지만, 안 쓰던 물건을 신발에 넣고 다닐 때의 느낌이 도저히 상상이 안 가서 자신이 적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김씨가 깔창을 산 이유는 조만간 예정된 소개팅 때문이다.

 

깔창 판매를 광고하는 한 인터넷 쇼핑몰 / 사진=인터넷 쇼핑몰 화면캡처



◆ 우리 아들은 175cm, 딸은 165cm 이상 되었으면…


'키'. 아이큐 말고 당신을 나타내는 또 다른 세 자리 숫자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그 지표는 시대가 바뀌면서 점점 민감한 소재가 되더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늘 신경 쓰이게 만든다.

대다수 부모는 자녀의 키에 관심이 많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경우라면 더욱. 성장기에 제대로 키우지 않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자녀 인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사가 키 상담을 받으러 온 초등학생의 키를 재고 있다. / 사진=세계일보 DB



지난해 10월, 대한소아내분비학회가 전국 19개 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보호자 137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자녀의 가장 이상적인 키로 아들은 ‘175cm 이상’ 딸은 ‘165cm 이상’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아들의 키는 ‘175cm~180cm’로 무려 응답자의 46.6%나 됐다. 180cm 이상을 원하는 부모는 42.7%였다. 98%에 가까운 부모가 아들이 나중에 컸을 때 최소 175cm는 넘기를 바랐다.

딸의 경우는 ‘165cm~170cm’가 54.6%로 나타났으며, ‘160cm~165cm’를 바라는 응답자는 36.5%로 조사됐다. 10명 중 9명은 딸의 키가 최소한 165cm만은 넘기를 원했다.

부모들은 왜 자녀의 키가 크기를 바라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구직 활동 등 사회생활에서 차별(72%)’이었다. 동성 혹은 이성 친구를 사귈 때도 키가 영향을 줄까 우려한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두 요인을 합쳐보면 ‘외모’가 사회생활을 결정한다고 믿는 셈이다.

◆ 멋져 보이려 깔창 산 남자, 남친이 키 작아도 좋다는 여자

최근 깔창을 내다 버린 수도권의 한 대학생 김모(26)씨는 “뭐하러 깔창을 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역 후, 본격적으로 ‘연애’할 심산에 깔창을 샀던 김씨는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려면 무조건 키가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몇 번의 연애를 반복하면서 ‘키’가 나를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씨의 여자친구는 키 차이가 6cm 정도다. 김씨의 키가 171cm라고 했으니 상대 여성의 키는 약 165cm다. 김씨는 “여자친구는 키가 크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며 “키가 사람을 규정하는 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무한한 감동을 느꼈다”고 밝혔다.

여성의 키가 남자친구보다 큰 경우도 드물지만 볼 수는 있다.

최근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서 기자가 만났던 한 커플은 여성이 더 큰 경우였다.

여성 A씨는 “키를 보고 남자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날 이해해주고 서로 마음이 맞아 의지하며 사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씨의 남자친구 B씨는 “바깥에 돌아다니면 시선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며 “우리가 서로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애인과의 키 차이는 언제나 한순간 스쳐 가는 이야깃거리일 뿐,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 사이의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운동화 깔창 산 사람이 1년 새 2배↑…이유가 뭘까?

소개팅 나서려 깔창 샀다는 김씨의 사연을 알게 되자 인터넷 쇼핑몰에서 깔창이 얼마나 팔리는지 궁금했다.

세계일보가 30일 옥션과 지마켓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옥션에서 팔린 깔창은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 ‘구두 기능성(51% 증가)’ ▲ ‘운동화(116% 증가)’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운동화 깔창을 산 사람이 100명이라 치면, 올해에는 216명이 깔창을 샀다는 뜻이다.



지마켓도 마찬가지다.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팔린 ‘깔창·키 높이 깔창’ 제품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개팅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커보이고 싶은 심리가 반영되면서 키 높이 제품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옥션 관계자는 “패션 완성을 위해 키 높이 효과가 있는 깔창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남성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 ‘키 크는 수술 받아볼까’…그렇게 생각하면 큰일

키 고민을 해본 사람이라면 ‘일리자로프 수술’을 알지 모른다. ‘뼈 길이 늘이는 수술’ 혹은 ‘키 크는 수술’로도 불린다.

본래 저신장이나 선천성 기형으로 다리가 휜 사람, 골수염으로 뼈가 없어진 사람 등을 위해 새 뼈를 만드는 수술인데, 뼈를 부러뜨린 후 길이를 늘이고자 하는 부분에 원통형 혹은 막대 모양 금속 기구를 고정하는 터라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단순히 키 커지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어지면서 일리자로프 수술을 미용 수단으로 보는 이들이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키 크는 수술 받아볼까' 같은 생각을 품는 등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일리자로프 수술을 받으면 완벽한 회복까지 최장 2년은 걸린다”며 “잘라낸 부위가 다시 자라 100% 단단해진다 하더라도 수술 과정에서 생긴 흉터나 물리적인 불편, 그동안의 고통 등을 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송해룡 교수 / 사진=세계일보 DB


국내 일리자로프 수술 권위자로 알려진 고대 구로병원 정형외과의 송해룡 교수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쩔 수 없는 사고로 다리를 다쳐 걸을 수 없거나 선천성 기형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10년 이상 연구해 온 결과”라며 “키 작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