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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춘, 검찰수사 개입해 문건 실체 규명 가로막아

입력 : 2016-12-27 18:49:02 수정 : 2016-12-28 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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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보도 - 정윤회 문건, 정권 대응을 고발한다 (상)] 33차례 청와대 회의 살펴보니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문건’ 보도 직후 이뤄진 33차례의 청와대 회의를 살펴보면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 국회 일정, 여론 변화 등에 맞춰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과 청와대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 사태 초기에는 문건의 진위와 생산 및 유출 경로 등이 주로 논의됐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수사 대응이 주로 검토됐다. 수사종료 시점에선 수사의 신뢰도 제고와 특검 및 국정조사 저지 등 정치권 대응이 주로 다뤄졌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2014년 12월 세계일보 보도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국무회의장 입구에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만나 팔짱을 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각각 12월1일과 12월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선 실세는 없다”(박 대통령)거나 “개인의 일탈”(김 실장)로 몰아가면서 사실상 문건의 실체 규명을 가로막고 문건유출 문제만 집중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각각 8차례와 6차례나 거론되는 반면 정윤회씨와 안봉근 당시 비서관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은 나란히 4차례에 그쳐 청와대가 실체규명보다는 문건유출에 관심이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박지만 EG 회장도 5차례나 거론됐다.


청와대가 2014년 11월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처음 제기한 ‘정윤회문건’ 보도 이후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 정국 흐름에 따라 다각적인 대응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편의를 위해 일부 내용을 발췌, 편집했다.
◆문건 생산 및 유출경로 파악에 주력한 초기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세계일보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처음 제기한 11월24일 오전 회의를 열고 보도에 대한 대응과 함께 문건 내용을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나타났다.

11월25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세계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등이 거론되고, 11월26일 김 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선 박관천 전 행정관에 대한 여러 조치 방안이 검토된다.

세계일보가 정윤회문건을 공개한 11월28일 회의에서는 문건 소재와 함께 문건 유출이 처음 거론되는 한편 검찰의 빠른 수사 전환을 검토한다.

특히 이날 정윤회문건 대응만을 다루는 별도의 후속회의도 열려 비선 세력들이 자주 회동한 것으로 거론된 중식당에 대한 폐쇄회로(CC)TV 분석이 서둘러 거론된다.

그러면서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윤회문건은) 시중에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11월29일 회의에서 검찰의 수사 촉진 문제를 검토하고 11월30일에는 청와대의 압수수색 선례 문제가 거론되는 등 검찰 수사도 대비하는 분위기였다.


◆“비선 없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문건유출 프레임으로 급전환

하지만 12월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같이 보도한다”며 “문건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조하면서 청와대 대응 기류도 확 바뀐다. 즉 문건은 실체가 없고 대신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 행위로 전면 부각되고 만 것이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이날 발언 내용을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에게 알리라고 지시한 뒤 압수수색 장소로 세계일보를 거론하며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이후 12월2일 김 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론 노출 등은 사태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의연히 극복해 가자며 검찰수사 대응 방향을 논의한다. 이때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윤회 관련만 하는 방향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12월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윤두현 홍보수석이 “정윤회문건의 신빙성은 60% 이상”이라는 조응천 전 비서관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이 반론이 필요하다고 거론, 문건 내용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 시도한 정황도 나온다.

김 실장은 “대통령 사람의 불만 토로, 누설은 쓰레기 같은 짓”이라고 조 전 비서관을 강하게 비판하며 거들기도 했다.

특히 12월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조윤선 정무수석은 정윤회씨에게 문건이 허위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받아 15일 이전에 알려지도록 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정씨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청와대는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검찰 수사를 활용해 문건이나 비선의 실체가 없고 대신 문건유출 프레임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사발표 이후엔 특검 저지 총력전

김 실장은 12월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과 관련해 “정치공세”라며 무대응하라는 입장을 밝히고, 12월14일 회의에선 “특검 주장을 단호히 차단 등 철저히 대응하길 요망한다”고 주문한다. 12월18일 회의에서도 특검 주장은 불가하다고 강조한다.

12월17일 김 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검찰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처음 거론되면서 수사결과에 대한 여론 향배에 주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12월21일 회의에선 문건 수사와 관련해 당정청이 합심해 대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범부처와 당이 공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2월24일 회의에선 김 실장이 이듬해인 2015년 1월9일 국회 운영위에 대비한 질문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사흘 뒤인 27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질문과 답변을 리뷰(검토)하겠다고 정한다.

청와대는 12월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조 전 비서관의 영장 기각에 대한 언론사 대응을 거론하고 특검을 우려하기도 한다.

2015년 1월4일 회의에선 다음날 있을 검찰수사 발표의 유의사항이 검토되고 1월5일엔 국회 운영위에 대비한 질의답변을 검찰 발표에 맞춰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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