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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국정농단 주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씨가 첫 공판준비기일인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 들어오면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오후 2시10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짧은 파마 머리를 검정 고무줄로 바짝 묶은 최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에 법정이 번쩍였다. 최씨의 검은 뿔테 안경은 구속 당시에 썼던 그대로였다. 수감번호는 628번. 자비로 구입한 연한 갈색빛이 감도는 흰색 겨울철 수의를 입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세윤 부장판사가 최씨에게 “(직업이) 임대업이 맞느냐”고 하자 최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그가 이날 출석한다고 했을 때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였다. 복잡한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을 많이 받을까봐 겁이 나서 재판에 출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는 긴장한 듯 법정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정면만 바라봤다. 목소리가 작아 방청석에선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 역시 “검찰이 최씨에게 인권 침해적인 수사를 많이 했다”며 “피고인의 죄가 아무리 무거워도 인권에 관한 규정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최씨 혐의를 부인하고 태블릿PC 등 국정농단의 여러 증거의 법적 효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철저한 진상규명은 법정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국민참여재판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대통령과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한 일반인이 사적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특정 사기업에 특혜를 주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며 “국가기강을 흔들고 국민들을 절망, 분노하게 만든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재판에는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얻은 일반 시민 80명과 취재진 40여명이 대법정을 가득 채웠다.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조용하고 차분했다. 최씨는 재판 종료 무렵 “앞으로 공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강요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혐의 사실을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둘 다 재판에 참석하지 않고 변호인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전달한 것”뿐이라고 한 반면 정 전 비서관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 측은 “(또 미르·K스포츠재단 혐의는) 공소장에 나와 있듯이 박 대통령이 직접 안종범에게 재단 이사들 명단을 줬다”며 “대통령과 공모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어 “임원진들에게 연락했더니 이상해서 (안 전 수석이) 정호성에게 ‘과연 비선실세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정씨가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 측은 “전체적으로 혐의를 인정한다”고 짧게 의견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에게 혐의를 미루고 있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들은 전체 범행에서 일종의 도구나 종범에 불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준·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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