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문고리, 온갖 이권·인사 전횡… 내밀한 것 캐내다 잘렸다”

입력 : 2016-12-12 18:31:56 수정 : 2016-12-12 23:30: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추적보도 - '정윤회 문건' 보도팀의 취재 메모 ①] 2014년 조응천·박관천 인터뷰 내용 공개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28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처음 지면에 게재하면서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 국정개입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비선 세력은 세계일보의 정당한 취재와 보도를 문건 유출 프레임으로 몰아갔고 실체 규명을 방해했으며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본보를 탄압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최순실씨를 비롯한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나면서 세계일보의 보도와 문제제기는 정당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2014년 1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만들고 보고한 당시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실의 조응천(왼쪽) 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오른쪽).
조현일 기자를 비롯한 문건팀 취재 기자들은 보도 이전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거나 현장을 탐문하며 문건의 진위와 실체 파악에 전력을 기울였다. 특히 문건을 생산하고 공식 보고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 등 핵심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나거나 통화하며 확인을 거듭했다.

당시 조 전 비서관은 2014년 4월 문건유출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나온 상태였고, 박 전 행정관도 그해 2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세계일보는 그해 11월 3일, 4일(2회), 7일, 12일 등에 이뤄진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행정관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당시에는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두 사람과의 인터뷰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았지만 최근 비선들의 국정농단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국민 알권리가 우선이라는 공익적 판단에 따라 그 내용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과 개별적으로 만났지만 편의상 일자를 생략하고 독자들의 이해 차원에서 순서도 재구성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조응천(이하 조)=“바이크(오토바이)는 못 타고 자전거만 탄다. 안정적으로 하루를 때울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 한번 나가면 100㎞ 정도 탄다. 덕분에 다리만 그냥 이렇게 됐다.”

―원래 자전거를 좋아했는가.

조=“안정적으로 시간 때울 게 없어 어쩔 수 없이(타는 거다). 하루 5시간씩 때우려니 그것밖에 없지. 내 카톡이나 텔레그램의 사진을 보면 자전거 타는 사진밖에 없다. 한 달에 전철 타는 교통비가 5만원 좀 나온다. 난 자전거와 전철만 탄다.”

―왜 이렇게 사는가.

조=“조심하는 거야. 나 따라오는 사람이 누군지 보려고.”

(박관천 전 행정관은 이와 관련해 “로펌에 들어가라고 해도 안 간다고 하더라”며 “한동안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요즘 뜸하다”고 전했다.)

―감찰이란 무엇인가. 법률적인 근거는.

박=“‘대통령 비서실 직제’(대통령령) 및 관련 규정이다.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데, 불법은 증거를 안 남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정윤회씨나 문고리 3인방을 감찰했는가. 정씨는 민간인인데.

박=“(박 대통령의) 측근이기에 가능하다. 문고리는 내부(인사)이니 당연하고. 정(윤회)이나 문고리는 VIP(박 대통령)의 ‘피부’다. 피부가 문제가 생기면 수술을 해야 한다. 상처가 남는다. 나는 ‘옷’이다. 옷은 벗으면 그만이지만, 문고리는 떼어낼 수 없다.”

―정씨와 문고리를 감찰한 이유는.

박=“말이 많았으니까. 온갖 이권에 개입하고 불미스러운 보고가 (경찰과 검찰, 국정원 등 기관에서) 계속 올라왔다.”

―언제부터 그쪽을 체크하게 된 건가.

박=“그게 작년(2013년) 말부턴가 했다. 조비(조 전 비서관)가 나한테도 몇 개, 딴 사람한테도 시키고 했다. 나한테는 작년 10, 11월 정도였다. 진행된 게 여러 건 있었는데 중간에 해결을 했다. ‘돈 돌려줄게’라고 해결을 했다. 그러니까 그들이 열받는 거지. ‘내가 먹든 말든 니네가 뭔 상관인데’라고.”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박=“이재만(비서관)과 관련해선 대우건설 관련 얘기가 나와 산업은행쪽을 불러 경고했다. 안(봉근)은 계속 얘기가 나왔고, 정(호성)도 사고가 있었다. 그로 인해 구두경고했다. ‘이들이 외곽에서 모임을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조(응천)가 여러 사람한테 시켰다.”

―문고리를 감찰했다는데.

조=“문고리 3명이 멋대로 못하게 했다. 누가 뭐하고 싶어하면 검증에서 다 잘랐다. 내가 자른 놈만 해도 어유…. 후회는 없다. (숱하게 많았다는 얘긴가) 숱하게 많지는 않고, 복수의 케이스들이 있었다. 이재만, 정호성은 자신들과 관련한 건 없었고, 그들을 팔아먹는 놈들이 있었다.”

(조 전 비서관은 인터뷰 중간 문고리 3인방과 관련한 ‘복수의 케이스’에 대해 “두세 건씩 있었다”고 부연했다.)

―문고리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건가.

조=“이재만, 정호성은 자신들이 한 것은 없었다. 이재만 관련은 대우건설 건인데, 이재만은 ‘자신은 모른다’고 해 (이재만을 판 사람을) 죽였는데 왜 (대우건설에) 들어갔는지 그게 이상한 거고. 정호성은 처남이 끼어 ‘내가 BH(청와대)에 깊숙하게 잘 아는데 자리 줄게’라고 해 ‘아느냐’고 (정호성에게)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길래 ‘죽였다’.”

―이재만 관련 건은 취업사기 사건을 말하는 것인가.

박=“그렇다. 그 사기꾼이 이재만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언론에선 이재만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라 보도됐는데) 에이, 전혀 엉뚱한 놈 아니다. 알긴 아는 사람이었다. 그때 그런 말이 있어 산업은행 이사를 불러서 박살을 냈다. ‘이재만 이름 나오면 너희는 죽는다, 하지 마라’고. 결국 대우(건설)에 취직을 했더라. (나중에) 언론(보도) 보고 알았다. 대우(건설에)만 있었으면 됐는데, 욕심을 많이 부리다가 KT에 갔다. 덜컥 (청와대에) 걸리니까 이재만은 모른 체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이재만이 나한테 펄쩍 뛰더라. 내가 (박)관천이 시켜 대우건설에 얘기해 막았는데 그 사람이 왜 취업을 했는지는 물음표다. 이상해 우리 방 몇놈한테 알아봤다. ‘야 저거 막았잖아?’ ‘예.’ ‘근데 저거 왜 저기 들어갔어?’ ‘모르겠는데요.’ 순간 정말 관계가 있나 생각했다. 근데 KT에 입사 시도를 한 뒤 왜 검찰에 구속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게스(추측)는 우리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 뒤에 이재만이 다시 해주라고 했다는 거밖에 없다”고 회고했다.)

―안봉근 건은 뭔가.

조=“안봉근이 술을 얻어먹고 다닌다는 그런 소문이나 최근 VIP와 관련된 사적인 내용을 얘기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런 건 내밀하기에 확인하려면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확인하려다가 퇴출된 건가) 그렇지.”

(박 전 경정은 이와 관련해 “안봉근은 형이 (경북) 경산인가에서 업자들에게 공사를 따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돈 받고 룸살롱을 다니고 했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정윤회 관련 공식문건(왼쪽부터), ‘중간본’, 초안 성격의 ‘시중여론’ 보고서. 3개 버전의 문건 모두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중심이지만 최근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인 최순실씨도 거론돼 있다. 모자이크는 민간인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이어서 삭제했다.
자료사진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름 조심한 건가.

조=“(문고리들이) 조심했다. 안(봉근)만 VIP와 관련한 사적인 내용을 얘기한다는 둥 수많은 말들이 나오더라. VIP가 그런 말을 듣고 질책해 ‘깨갱’하고 요즘 술을 안 먹는다고 하더라. ‘할매’(박 대통령 지칭)한테 완전 쪼여서 술도 안 먹는대.”

―이런 것을 어떻게 감지하는가.

조=“망이 있었다. 기업체나 언론사 정보망 등에 들어온 거지. 그래서 ‘이런 게 있는데 알아보자’고 하다가 죽었다. 정(호성)과 이(재만)는 펄쩍 뛰고 안(봉근)을 죽이려다가 내가 죽었지.”

―문고리의 인사개입은 없었는가.

조=“(이재만)총무비서관이 왜 청와대 인사위원회를 들어오느냐. 인사위는 (비서)실장이 위원장이고 국정기획과 민정, 정무수석 정도가 상근 멤버이고 나머지 수석들은 이슈가 있을 때만 참석한다. 그리고 총무비서관과 인사팀장, 나 이렇게 들어갔다. 총무비서관은 BH 내부 인사를 집행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인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더라. 총무비서관의 역할은 위원장이 ‘이 자리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어떤가’ 하는 것을 물어보면 답하곤 했다. 수석이 갸우뚱하고 (비서)실장도 모르고 하면 총무비서관한테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이 사람 지난 대선에서 무슨 일 했느냐’고 물어본다.”

―말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조=“말도 안 되지. 총무비서관은 들어오면 안 된다. 총무는 BH 내부 인사와 예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박 전 행정관도 “(문고리들의) 인사개입은 수도 없이 많지”라고 대답하면서도 구체적인 인사개입의 사례를 공개하진 않았다.)

―그렇게 해 결정된 인사가 있는가.

조=“윤전추(행정관)와 관련해 국회 답변식으로 ‘국정 최고책임자를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사람이기 때문이고 나이도 기밀’이라고 얘기를 하더라. 부적절하고 건방진 얘기 아닌가. 윤전추가 VIP를 모시는 입장이면 ‘계약직 나급’ 정도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고 ‘올해 계약은 이렇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3급을 주는가. 고시를 쳐 합격한 뒤 10년 정도 일해 서기관에 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 건가.”

(윤전추 행정관은 유명 연예인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으로 2013년 2월 청와대 제2부속실 최연소 3급 행정관으로 채용됐다. 최순실씨 소개로 청와대에 발탁됐다는 의혹을 받는 윤 행정관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의상실에서 최씨에게 지시를 받는 모습이 방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봉근은 경찰 인사에도 관여했다는데.

조=“작년(2013년) 요맘때 강신명(치안비서관) 후임으로 허영범(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이가 온다는 거야. 그래서 허영범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다. 그러고 나서 ‘허영범은 죽어도 안 된다’고 썼지. 그래서 난리가 났고 (안봉근이) ‘책임질래?’라고 해 ‘책임진다’고 했다.”

―경찰들이 안봉근에 줄을 댄 건가.

조=“그게 아니라 할매가 ‘경찰 인사는 네가 해라’고 안봉근에게 시켰대. 경찰 인사는 안봉근이 했다고 소문이 났잖아. 결국 허영범이 못 들어오고 구은수(당시 경찰청 외사국장)가 들어왔다. 그랬더니 나중에 ‘민정(수석실)에 있는 경찰 열 몇명(11명)을 다 나가라’고 하더라. 나가는 건 좋은데, 후임을 단수로 찍었다. 상당수가 MB(이명박 정부) 때 정보장사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할매한테 가 ‘이런 **를 받으면 어떻게 되느냐,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무산시켰다.”

(박 전 행정관도 지난 10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해외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대통령께 인사하러 가니,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민정수석실에 있는 경찰 13명 중 2명만 남기고 다 바꾸라고 한다’며 교체 및 신규명단을 건네줬다”고 밝혔다.)

―정윤회씨는 어떤가.

조=“이 정부 특징은 안 보인다는 거다. 그러니까 명확히 누가 날 죽였고, 지금 누가 장난을 치고 있으며, 명확히 누가 득을 보고 있는지,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지가 나조차도 100% 거기다고 못 한다. 숨어서 한단 말이죠. 그게 정(윤회)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 강력히 추정만 하는 거지. 자신은 아니라는데, 그러면 뭐지? 설명이 안 되니까 강력한 추정이지, 뭐. 대한민국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나도 진짜 모르겠다. 모르고 이렇게 *되는 건가. 자전거 타면서 멍해. 내가 왜 자전거 타고 있지.”

(조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TV조선-박종진 라이브쇼’에 출연해 “납득할 수 없는 인사가 계속됐을 때 혹시 거기라고 생각했다”며 “박지만 회장이 계속해 염려하는 게 정-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정-최를) 물리치지 않으면 나중에 좀 힘들 텐데’라고 뜬구름 잡듯이 가끔씩 말씀을 해 ‘아직도 정윤회, 최순실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씨는 어떻게 만나야 하느냐.

박=“강남 쪽에 온다고 하더라. 성수동을 넘어가면 한양아파트, 압구정동 일대를 많이 돌아다닌다. 정은 한 번 (사람을) 만나면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묘한 매력, 카리스마가 있다더라.”

―보이지 않는 비선?

조=“최순실이가 요새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아예 산다더라. 왜 자꾸 BH에 들어가느냐고 뭐라 하니까 이제 아예 안 나온다는 거다. 거기서 잔다더라. BH에 들어간 사람들이 관저에 가니까 최순실이 안내를 하고 한다는 거야. (최순실은 왜 거기서 자는가) 101 경비단 사람들한테 알아보라.”

―곧 비선 문제가 터지지 않겠는가.

박=“내년 말쯤이면 터질 것 같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다. 환관이 득세한 왕조의 말로가 어땠는가. 요즘 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내년 말도 멀다.) 나는 세월을 낚고 있겠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