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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우월주의는 ‘다문화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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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2 21:38:49 수정 : 2016-12-12 21: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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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립주의 득세… 반감이 반감을 불러
외국인 200만 한국도 공존 해법 찾아야
‘캐나다를 다시 위대하게.’ 캐나다의 명문 맥길 대학 주변에 붙은 벽보의 구호다. 문구 아래에는 이슬람, 공산주의, 동성애를 상징하는 표지가 원 안에 그려져 있다. 각 표지에는 굵은 빗금이 그어졌다. 세 가지 신념 및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아래쪽에는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는 웹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다. 대학 당국은 벽보 부착을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조사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선거 구호를 모방한 것이다.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 반이민주의 등 구호가 이웃 국가에도 전파된 결과다. 대학 벽보뿐만이 아니다. 전철에도 반이슬람 낙서가 등장했다. 블로그 등 캐나다 온라인에는 이 구호를 담은 티셔츠 디자인이 올라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같은 구호가 적힌 모자가 25달러에 팔리고 있다. 심각한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토론토에서는 무슬림 여성이 행인으로부터 폭력적 언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최근 급증하는 백인 우월주의 범죄가 답습되고 있다. 소수가 불안에 떠는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자국 주류 세력 우월주의로 변모해 표출되고 있다. 외부에서 유입되어 확산하는 종교, 이념, 그리고 행동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의 자국 중심주의 혹은 우월주의는 사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로 싹을 틔우고 있었다. 소련의 해체와 공산권의 붕괴로 서구의 이념은 승리감에 도취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저서 ‘역사의 종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것이 최고의 정치체제이며 더 이상의 정치 발전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리고 이 ‘역사적 종말’에 도전하며 9·11테러를 감행한 이슬람권이 ‘최대의 적’으로 부상했다. 냉전 붕괴 이후 20년 이상 축적된 특정 이념과 체제의 승리감은 이제 우월주의로 변모하고 있다. 이 흐름에 거스르는 세력과 집단은 배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반난민 정서가 거세지고 이슬람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톨레랑스의 상징인 프랑스에서조차 전신을 가리는 부르키니(무슬림 수영복) 착용 금지 움직임이 일었다. 러시아에서는 동양인 등 유색인종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우월주의가 미디어나 인터넷 공간으로 빠르게 전달되고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중의 지지기반이 넓어지면서 정치적으로는 이를 이용한 우파가 세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가 국민투표를 통과했고, 보호무역을 강조한 트럼프가 승리했다. 정치경제적으로 신고립주의가 강대국에서 시작되고 있다. 소통을 통해 한층 가까워진 지구촌을 형성하는 글로벌화와 상반되는 현상이다. 한편으로는 소통이 오히려 특정 민족, 인종, 종교 등에 대한 반감 확산을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반감은 반감을 낳는다. 소외받고 차별당한 소수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그 분노를 표출하고 결집한다. 결국 갈등과 충돌이 이어지기 쉬운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 사회의 우월주의와 공포증도 돌아봐야 한다. 200만 이상 외국인이 거주하는 다문화 사회에 우리도 진입해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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