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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밥 딜런인가”… 노랫말에 스며든 마력

입력 : 2016-12-09 20:53:02 수정 : 2016-12-09 20: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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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어는 호메로스의 시에 비견”
노벨상 수상 딜런에 쏟아지는 찬사들
총 31개 앨범에 실린 가사 387편 소개
시대와 맞서기도 예술성에 천착하기도
반세기 넘는 독보적 음악의 발자취 담겨
밥 딜런 지음/서대경,황유원 옮김/문학동네/4만8000원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 /밥 딜런 지음/서대경,황유원 옮김/문학동네/4만8000원


2016 노벨문학상 위원회는 밥 딜런에 대해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밝혔다. 스웨덴 학술원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딜런의 시어는 2500년 전에 쓰인 호메로스와 사포의 시에 비견된다”고 풀이했다. 딜런의 노랫말은 특유의 색깔과 오묘함으로 쉼 없는 찬사를 받고 있다.

밥 딜런의 노랫말을 집대성한 책이다. 총 31개 앨범의 가사 387편을 영한대역으로 수록했다. 예술성의 정점에 올랐다는 3부작 ‘Bring It All Back Home’(1965), ‘Highway 61 Revisited’(1965), ‘Blonde on Blonde’(1966)가 포함돼 있다. 독보적인 딜런의 음악 세계를 온전히 맛볼 수 있다.

밥 딜런의 음악 세계 발자취는 거대하다. 고대 ‘성인’처럼 위엄이 있다. 딜런을 모르는 것은 ‘록 역사 40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미국의 음악계와 학계에서 ‘딜런 읽기’는 교양필수 과정으로 인식돼 있다. 딜런을 포함해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롤링 스톤스는 최정상 아티스트들이다. 이들 전설의 빅4 가운데에서도 딜런의 궤적은 특화돼 있다.


2016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밥 딜런의 노랫말은 미국적 정서와 가치를 드러냈다고 평가받는다.딜런이 콘서트에서 통기타를 들고 연주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
문학동네 제공
얼핏 보면 그의 실적은 허약해 보인다. 엘비스, 비틀스, 롤링 스톤스는 명성에 걸맞은 무수한 히트곡을 쏟아냈다. 빌보드 차트 1곡만 치더라도 엘비스는 18곡(통산 2위), 비틀스는 20곡(1위), 스톤스는 8곡(11위)이나 된다. 딜런은 그 흔한 차트 1위곡 하나가 없다. 차트 톱10에 오른 곡을 다 합쳐봐야 4곡에 불과하다.

그에게 대중성이란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노래는 아예 상업적이 아니다. 속칭 장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를 전설적 존재로 떠받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틀스는 록의 저변을 넓혔고, 스톤스는 록의 스타일을 확립했다면 엘비스는 록에 정체성을 부여했다고 평한다. 그러나 이들 3인이 몸체의 외양이라면 딜런은 ‘내면’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랫말에 스며 있는 미국적 스타일과 메시지가 딜런의 내면이다.

로큰롤이 확산되던 1950년대였다. 당시 엘비스가 활약하던 로큰롤에는 메시지가 없었다. 1960년대 비틀스가 미국을 휩쓸 때에도 록의 메시지는 희미했다. 지식인, 의식 계층이 록을 멸시한 이유다. 그때 딜런이 있었다. 비틀스는 누구보다 먼저 딜런의 위력을 절감했다. 비틀스는 포크 사운드와 메시지를 귀담아듣고 그것을 자신의 음악에 적극 수용한다. 1965년 말 ‘Rubber Soul’ 앨범의 수록곡인 ‘In my life’, ‘Girl’, ‘Norwegian wood’ 등에 내재한 메시지는 전적으로 딜런의 영향 때문이었다.

때로 그의 가사는 ‘난해한 현대시’처럼 느껴졌다. 도대체 알 듯 모를 듯 명쾌하지가 않았다.

미국 각 대학의 영문과에 ‘밥 딜런 시분석’ 강좌 개설이 유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딜런의 음악은 시대와 세대의 흐름을 떠안고 있다. 통기타만으로 연주하는 단순 스타일이지만 그것의 포획력은 대단했다. 비틀스가 베이비붐 세대를 이끌었다면 딜런은 그들의 의식화를 유도했다.

그러나 딜런은 저항 대열에서 이탈했다. ‘자유’와 등식화되는 ‘예술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는 저항성 대신 예술성을 얻었다. 딜런은 1970년대 후반 기독교에 귀의했다. 밥 딜런은 음악을 통해 세상과 삶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고자 했다. 종교에 귀의한 이유였다.

비평가들이 밥 딜런을 전설로 숭앙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중 음악인으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음악인의 최고 영예인 ‘아티스트’란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는 평가다. 그는 시대와 맞서기도 했고 자신의 예술성에 천착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광활한 아티스트’의 세계를 축조하고 있다.

살만 루슈디는 서평에서 “밥 딜런의 가사는 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의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 동안….”이라고 평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밥 딜런은 음악에 신화적 힘을 남겼고, 그의 걸걸한 목소리와 시적인 가사는 삶에 내재된 거대한 비극에 아름다움을 가져왔다”고 풀이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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