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물도 많이 마시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입력 : 2016-12-08 14:32:38 수정 : 2016-12-08 14:32: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물은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좋다는 것은 가장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중 하나다. 당신은 '물 중독(water intoxication)'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요소인 물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가 최근 전한 소식이다.

영국의 많은 의료전문가는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디펜던트는 물 중독으로 입원한 59세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여성은 요도 감염 증상이 나타난 후 의사의 권유대로 물 섭취량을 늘렸다. 여성은 30분마다 284㎖의 물을 마셨다. 그녀는 물 중독에 걸렸고, 혈액이 묽어져 폐와 뇌가 붓고 근육이 녹는 저나트륨혈증에 시달렸다.

이 같은 '요도 감염 환자의 물 중독' 사례 보고서는 올해 8월 영국 의학저널 BMJ에도 실렸다. 로라 크리스천 리 박사는 "우리는 환자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할 것'을 조언한다. 환자들은 이 말을 대부분 '되도록 많이 마시라’는 말로 해석한다. 충분하다는 것은 '많이'라기 보다는 '적당히'에 가깝다. 충분하라는 말에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여성이 입원한 후 상태가 어떻게 악화하였는지를 추적해 기록했다. 병원 기록에는 "여성이 응급실에 실려 왔을 당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녀는 여러 차례 구토를 반복했고, 심각한 언어장애를 보였다"고 적혔다. 그 이유로 "여성은 충분히 물을 마시라는 의사의 말만 믿고 매일 5~6ℓ의 물을 마셨다고 했다"고 적시했다.

물 중독은 스포츠 MDMA(마약, 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중독과도 같다. 보통 성인의 신장은 1분에 16㎖ 정도의 물을 처리할 수 있는데 계속된 심한 갈증을 느껴 급히 많은 양의 물을 마실 경우 혈액 내 나트륨 농도를 위험할 정도로 낮추어 체내의 세포가 더는 수분을 분비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만든다. 최악의 경우 물을 흡수한 뇌세포가 호흡중추를 압박해 숨 쉬는 기능이 마비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물 중독에 걸리면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등이 동반되며 심각한 경우 뇌부종이나 언어 마비, 발작이나 혼수상태 같은 치명적인 증상으로 발전한다.

로렌 박사는 "심한 저나트륨혈증이 세포의 부종을 초래한 환자의 사망률은 30%에 육박한다"며 "이 여성 환자는 의사를 전달하기 어려워 보였고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물 중독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부류는 마라토너 같은 운동선수들이다. 하지만  경증 물 중독에 시달리는 경우는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반 성인의 경우 평소 물을 얼마나 마셔야 건강에 좋은 것일까. 영국의 지역 보건소 협회(RCGP) 연구위원장인 라피 박사가 권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심할 것은 개인의 신체 조건이나 활동량, 외부의 환경조건 등의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적정 섭취량은 없다는 것이다.

1.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는 것은 육체나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환자이거나 몸이 불편할 때, 특히 탈수증을 유발할 수 있는 상태에서 평소처럼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은 위험하다.

2. 우리는 무더운 여름이나 땀 흘리는 격렬한 운동을 했을 때 심한 갈증을 느낀다. 이때 '탈수증'과 같은 염류 결핍성 탈수증이 나타나는데, 이때 소변 색이 진해지는 것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분 간격으로 100~150㎖의 물을 마시고, 격렬한 운동 후에는 물 대신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3.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중요한 것은 몸속의 일정한 수분을 유지하는 것은 데 소변 색이 맑다면 건강한 상태로 봐도 좋다. 

4.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과도한 물 섭취가 환자에게 주는 위험성은 크다. 이는 의료전문가와 환자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5. 영국의 공공 의료서비스 NHS는 '적당한 양의 물을 마실 것'을 권고하며 일반적으로 하루 6잔에서 8잔 범위 내로 마시는 것이 좋다고 권장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