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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사립학교 아이들…"아이도 부모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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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8 13:09:19 수정 : 2016-12-08 16: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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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지금 유치원을 갓 졸업한 대여섯 살 어린이들이 명문교 입학을 위해 학원에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배경은 부모의 희생과 희망을 시작으로 학력지상주의, 저출산 그리고 대학의 전략 등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일부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계층이 나뉜다는 비판과 입시의 고통이 어린아이들에까지 손을 뻗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립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부모들. 그들은 왜 자녀의 사립학교 입학을 고집할까.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드라마 '꽃보다 남자')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가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진학 후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사진=TBS 캡처)
초등학생들의 입시전쟁
과거 초등학교 입학시험은 일본 내 부유층을 주요 대상으로 치뤄졌다.

6일 NHK 보도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도쿄를 중심으로 사립초등학교(이하 사립초교)가 늘어나기 시작해 전국에 총 58개교가 설립됐다.
사립초교는 유명대학부설 또는 대학이 설립한 학교로 서울대가 초등학교를 설립했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러한 사립초교는 2001년과 비교해 1.3배 증가한 숫자로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주로 도쿄, 사이타마, 치바 등 수도권에 살며 약 1만 명 이상이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입학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시험은 O, X 형식으로 출제되며 주로 창의력과 사고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입학이 거절돼 어린아이들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게 되고, 시험에 떨어진 일부 아이들은 부모의 뜻에 따라 재수를 하기도 한다.
입학시험 보는 아이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시험은 주로 창의력과 사고를 중심으로 하며 위와 같은 문제가 출제된다. 검정색과 흰색의 넓이가 같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정답은 기사 하단에 있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확산배경
사립초교는 단지 커리큘럼이나 교사진이 좋은 것 뿐만 아니라 사립중학교·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입학에 특혜가 주어진다.
즉 사립초교 입학은 대학합격과 같은 말로, 명문으로 소문난 게이오, 니혼, 도시샤, 리츠 메이칸 등 사대와 재단 등이 앞다퉈 학교를 설립하고 있다.

대학의 이 같은 행보는 사회문제로까지 지적되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지금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쯤 학생확보가 어려울 것을 예측해 '학생들을 미리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NHK는 설명했다.

또 한국만큼이나 학력을 중시하는 일본사회에서 명문대 간판은 자녀의 미래를 고민한 부모들을 아르바이트, 투잡 등으로 내몰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며, 부모들 역시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마음이다.
자녀를 사립초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맞벌이하는 가정이 늘었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아이도 부모도 힘들다
자녀를 사립초교에 입학시키려는 부모가 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아교실'이 덩달아 호황을 맞아 수강생은 2010년과 비교해 1.4배 증가했다.

도쿄에서 유아교실을 운영하는 오오오카 후미타다 원장은 "자녀가 여러 명 있으면 모두 사립학교 입학은 불가능하지만, 자녀가 1명이라면 사정이 다르다"며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은 듯하다"는 의견을 말했다. 즉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얘기다.

2015년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학습비용조사'에 따르면 사립유치원부터 고교졸업까지 드는 비용은 약 1770만엔(약 1억 81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공립학교는 3분의 1인 약 520만엔(약 5320만원)이 든다.

이에 아이들은 뛰어놀 나이에 입시준비로 힘들고, 부모는 학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사립초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입학 전부터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한편 장학금 제도가 없는 일본에서는 부모가 학비를 온전히 충당해야 하며 가장의 수입이 적은 가정 등에서는 아이들이 빠르면 중학생이 됐을 때쯤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편, 학비 대출을 받기도 한다.
유아교실을 운영하는 원장은 "자녀를 위해 노력하는 부모가 늘었다"고 말한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부모의 마음
올해 도쿄도 내 유명대학이 설립한 사립초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45세 주부는 "일단 합격하면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다"며 "입학·시험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아이들이 입시에 매달릴 때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시키고 싶다"며 "배우는 능력이 빠른 10대에 시험준비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다면 아이 미래에 매우 아까운 일"이라고 했다.

한편 위 가정은 사정이 여유로운 편으로 평범한 가정에서는 자녀를 사립초교에 보내기 위해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가 사립초교에 입학하길 바라는 마음"과 2억원에 가까운 학비와 부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자녀를 사립초교에 진학시킨 45세 주부는 "합격하면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교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입시·진학종합연구소 고바야시 히로시 소장은 "자녀의 교육방침을 정하고 여기에 맞는 사립초교에 진학하는 것은 좋지만 자녀가 원하고 적응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교육은 장기적인 관점을 보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문제 정답.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사립초교의 입학은 자녀의 진로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모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대여섯 살 된 아이들의 진로를 어디까지 결정해야지는 고민이 뒤따르는 일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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