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내 가족의 희생, 다른 이의 새 삶으로 숭고한 결정이었음 확인"

입력 : 2016-12-04 19:48:20 수정 : 2016-12-04 22:30: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 김유나양 심장 이식 마리아씨 / “새 삶 받았다” 편지에 객석 눈시울 / 해외선 가족 간 서신 교류는 허용 / 국내는 봉쇄… 추모·예우 제도 필요
.
“대학 진학은 물론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일이 모두 불가능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활기차게 살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기증자 가족분들의 소중한 결정 덕분입니다. 기증자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 선천성 기형으로 심장병을 앓다가 2009년 생면부지의 뇌사자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은 서혜영(20·여)씨가 편지를 읽어나가자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연말을 맞아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인 ‘도너패밀리’와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이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개최한 이날 행사는 ‘네버엔딩스토리’를 주제로 도너패밀리 162명(71가족), 장기이식자 19명이 참석, 가족 간 교류를 확대했다.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2011년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은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김태현씨는 “오늘이 아들의 기일”이라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연장해준다는 기쁨과 아들의 장기기증에 대한 자긍심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유나(19)양에게 심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마리아(36)씨의 감사 편지가 소개됐다. ‘심장 펌프에 의지하며 언제 닥칠지 모를 마지막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김양의 심장을 이식받아 의사로서 새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014년 미국 애리조나주로 유학을 떠난 김양은 올해 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았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가던 딸을 지켜본 김제박(50)·이선경(45)씨 부부는 희망이 사라지자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딸의 생명이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이어지기를 바란 것. 덕분에 김양의 심장과 각막 등이 세계 각국 27명에게 이식됐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정보공개나 가족 간의 교류가 일반적이다. 정부나 민간이 개입해 연락처나 주소 등 민감한 정보는 걸러내지만 이식받은 사람의 근황을 소개하고 감사 편지 정도는 주고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도너패밀리와 장기이식자 간의 교류가 봉쇄돼 있다. 장기매매 방지란 명분으로 이식 관련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도너패밀리에게 장례·진료비·위로금 등을 지원했다.

일각에서는 ‘인체 조직과 장기는 금전적 대가 없이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이식협회(TTS)의 원칙, 권고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위로금 지급 12년 만인 최근 지원 폐지 방침을 밝혔다.

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기획실장은 “정부가 위로금 지급 중단을 결정한 만큼 장기이식법 개정 등을 통해 이식자와 도너패밀리의 교류는 물론 추모·예우 프로그램 확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