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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경찰은 문을 열라"… 청와대 100m 앞 세월호 가족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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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3 21:07:32 수정 : 2016-12-03 21: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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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문을 열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선포된 3일 오후 6시쯤. 청와대와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과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박 대통령의 귀에 들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있는 힘껏 구호를 외치며 촛불 민심에 역행하는 박 대통령을 규탄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이 3일 오후 청와대와 100m 남짓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 도로 위에 주저앉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사상 처음으로 행진이 허용된 이곳에서는 집회 허용 시간인 오후 5시30분을 훌쩍 넘긴 오후 8시50분 현재까지 집회가 평화롭게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4·16 가족협의회) 소속 희생자와 미수습자, 생존자 유가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퇴진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세월호 선체의 조속한 인양을 촉구했다. 행진 선두에 섰던 일부 유가족은 청와대가 코앞이라는 말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오열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제6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일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횃불을 치켜들고 있다. 이창수 기자
4·16 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지난 2년7개월간 들어오지 못했던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고 울먹였다. 전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내려오고 국민을 기만한 죄악을 낱낱이 밝히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다”며 “지금부터 안전하게 살 권리가 보장되고 돈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회를 다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단원고 2학년 4반 김동혁군 어머니도 “2년7개월 넘게 싸워서 온 데가 여기까지다. 청와대가 그렇게 먼 곳이냐”면서 “박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울었다는데 자식 잃은 부모보다 더 슬플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군 어머니는 “자식을 잃고 미래가 없는 부모들이지만 국가와 남은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 (국민들이) 세월호 유가족이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군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응원의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석고상은 세월호 미수습자를 표현한 것이다. 이제원 기자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의 삶은 2014년 4월16일에 멈춰 있다. 4·16 기억저장소 기록 담당자인 박은수씨는 “가족들은 분향소에서 여전히 그날에 살고 있다. 3년이 다 돼 가는데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그는 “유품에서 아직도 바다 냄새, 개펄 냄새가 난다”면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 것을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제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일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피켓을 뒤집어 들고 있다. 이창수 기자
오후 7시 정각에는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고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하라는 의미에서 1분간 소등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는 서울 160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32만여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역대 최대인 212만명이 운집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와 즉각 퇴진 거부에 국민들이 거리로 더 쏟아져 나왔다”고 분석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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