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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영준의 ★빛사랑] 트로트가요 '아사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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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3 09:30:00 수정 : 2016-12-03 10: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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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가요무대 사진캡처
국내 트로트음악의 미래는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현 시국만큼이나 어둡다. 트로트계 음악종사자들은 점점 설자리 없이 이대로 가다가는 장르 자체가 아예 없어질까봐 노심초사하며 심각성을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노래를 만들어 팬들에게 들려 주고 싶어도 설 무대가 없으니 아우성일 수밖에 없다. 애환과 숱한 질곡의 현장에서 늘 함께해온 트로트 가요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트로트계 음악종사자들이 이런 위기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국회로 달려가 “트로트 음악을 살려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원해 봐야 그 해결책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들은 출연할 방송이 없어요. 신곡을 내도 어디 알릴 데가 없으니 답답할 뿐이죠.” “이러다가 트로트 음악 자체가 곧 없어질 겁니다.” “대대로 이어져 오는 우리 전통가요를 살려야 합니다.”

요즘 바닥을 치고도 남을 만큼 침체된 트로트계 현장의 볼멘소리다. 트로트 가수들은 방송에 출연할 프로그램은 없고 지방으로만 뛰어다니다 보니 너무 힘들다며 불평을 쏟아낸다.

이들은 “2∼3%밖에 되지 않는 저조한 시청률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이돌 음악 프로를 고집하면서 왜 정작 시청률이 10%대 이상 높은 ‘가요무대’ 같은 성인가요 프로를 늘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트로트 가수들은 정말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진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아무리 유명한 트로트 가수도 출연할 방송무대가 없어 전국의 노래교실을 비롯해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전전하며 앨범을 팔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항간에는 “이게 다 ‘국정농단’의 주범 차은택 때문이다. 뒤에서 막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차은택이가 한류는 K-팝이어야 하고 트로트 음악은 안 된다고 떠들고 다녀서 트로트계가 이렇게 몰락했다”라는 흉흉한 루머까지 팽배하다.  

광복 이전에 불리던 전통가요의 바통을 이어받아 1970년대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일명 ‘뽕짝’이라는 꺾기 창법의 트로트는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한때 전성기를 맞기도했으나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관심한 음악 장르로 남아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만 보더라도 트로트 가수들이 노래로 설 방송프로는 KBS ‘가요무대’가 유일하고 나머지는 전무하다.
 
MBC와 SBS는 아예 없고 그나마 하나인 ‘가요무대’는 자기 노래 보다는 어떤 테마에 맞춘 흘러간 남의 노래를 부르는 위주로 방송돼 트로트 가수들의 신곡 발표무대는 아니다. 

더구나 ‘가요무대’는 사실 유명 가수들이나 자주 나오는 방송프로여서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트로트 가수들에게는 사실‘그림의 떡’이다.
 
‘열린음악회’나 ‘7080콘서트’ 역시 트로트 가수 출연이 드물다. '전국노래자랑'은 순수 아마추어 무대이기에 극소수 트로트가수만 초대받는다.

여기에 라디오방송은 더 최악이다. 지난해에는 트로트 노래를 소개하는 KBS 라디오 ‘희망가요’가 방송사 방침에 따라 아예 폐지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트로트 가수는 지방방송사 성인가요 방송 프로에 출연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현실은 이마저도 반겨주는 상황은 아니다. 지방방송에 한 번 출연하려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듯’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월 국회서 열린 '트로트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가수 김상희가 사회를 보는 모습.

이처럼 국내 트로트 음악의 위기를 느낀 가수들과 음악관련단체들,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머리를 맞대고 ‘트로트 가요 발전을 위한 방송의 역할: 트로트, 국회에서 답을 찾는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지난 9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했으나 아쉽게도 뚜렷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어 문광위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위원이 지상파 방송사 사장을 상대로 “트로트계가 너무 어려워 원성이 높다.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없느냐”라며 트로트 가요 프로그램 신설을 강력하게 촉구했고 현재는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만 받아놓은 상태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음악관련 단체들은 지상파 방송사를 상대로 트로트 가요를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 부활 및 추가 신설을 위한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녹록지 않다.   

한 가요관계자는 “방송사별로 트로트 가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수들이 많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를 보고 중장년층도 트로트음악을 사랑하고 즐거워 했으면 한다”면서 “폐지됐던 KBS 라디오 ‘희망가요’도 다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고 최근 소식을 전했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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