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신비한 동물사전’ 속의 현실

관련이슈 양경미의 영화인사이드

입력 : 2016-12-02 01:08:55 수정 : 2016-12-02 01:08: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926년 뉴욕에 도착한 마법사 뉴트(에디 레드메인)는 신비한 동물들을 보관해 둔 가방을 잃어버린다. 가방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말썽을 부리자, 그는 마법의회로부터 인간사회와 마법사회에 혼란을 줬다는 오해를 받는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은 뉴트가 신비한 동물을 구조하고 혼란을 일으킨 옵스큐라의 정체를 밝혀 오해를 푼다는 내용이다.

비수기 극장가에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신비한 동물사전’은 360만 관객을 동원하며 11월 흥행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관객을 끌어 모으는 영화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환상적인 마법세계에 첨단 CG(컴퓨터그래픽)는 재미와 신비감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이 제작과 각본을 맡았다. 전 세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해리포터와 같은 마법 세계관을 ‘신비한 동물사전’에도 담아냈다. 배경이 된 1926년 뉴욕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매력적인 도시로 표현된다. CG로 만들어진 동물들은 실제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하다. ‘니플러’, ‘데미가이즈’처럼 사랑스러운 동물에서 ‘천둥새’, ‘스우핑이블’ 같은 상상력이 발휘된 동물까지 무척이나 다채롭고 다양하다. 여기에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도 한몫을 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판타지 영화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게 돕는다. ‘최순실 게이트’로 하루하루 뉴스를 접하는 것이 버거운 요즘이다. 지치고 갑갑해진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판타지나 코미디를 보는 것이다.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과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현실을 벗어난 국내외 판타지 영화가 그나마 극장가를 메우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또한 코믹영화 ‘럭키’가 10월 유일하게 700만 관객을 동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1926년을 보며 2016년을 떠올린다. 영화 속 현실은 리얼리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판타지 영화에서도 은유와 상징으로 읽어낼 수 있다. 정치인에 비유되는 마법사는 더 큰 권력을 가지려 하고 소년 몸에 들어간 옵스큐라는 테러를 일으켜 혼란한 사회를 만든다. 이에 마법의회는 인간과 동물을 위험군으로 간주한다. 외국인노동자와 이민자를 배척하는 현실과 영화가 교차되면서 관객들은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떠올린다. 이민과 세계화를 반대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1930년대 세계를 대공황의 늪으로 몰고 간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재현시키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한다.

작가는 잠수함의 토끼로 비유된다. 미래를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앤 롤링은 ‘신비한 동물사전’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가. 영화 속 1926년은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세계가 대공황으로 들어가는 시기였다. 지금은 그때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으로 더 심각한 경기침체와 실업대란을 두려워하고 있다.

판타지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재미있는 마법 이야기와 화려한 CG세계에서 잠시나마 지친 현실을 잊는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내우외환에 처해 있는 우리 사회를 떠올리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