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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TEST][영화 속 경제] <럭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각인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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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30 11:50:19 수정 : 2016-11-30 11: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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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경제] <럭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각인효과'

41[TEST][영화 속 경제]<럭키>-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각인효과'

[영화 속 경제]<럭키>-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각인효과'

 

 

칼로 사람을 찌르면 무기가 되지만 음식을 자르면 도구가 된다. 칼을 잘 다루는 손재주는 킬러의 손이 될 수도, 셰프의 손이 될 수도 있다. 영화 <럭키>는 눈빛만 마주쳐도 모두 죽여버린다는 킬러가 어쩌다 요리사가 되고, 배우가 되는 이야기다. 만년 조연을 맡았던 유해진의 첫 풀타임 주연작이다.

킬러 형욱(유해진 분)은 의뢰받은 일을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잔인한 킬러다. 재성은 사는 게 힘겨워 자살을 생각하는 무명배우다. 형욱은 공중목욕탕에서 비누에 미끄러져 의식을 잃는다. 그 틈에 재성은 슬그머니 사물함키를 바꾼다. 형욱은 의식을 되찾지만 과거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을 재성이라 생각한 형욱은 재성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은 어지러진 옥탑방. 반면 형욱의 집을 찾은 재성은 펜트하우스에 놀란다. 이래 사나 저래 사나 매한가지인 재성은 이 집에 눌러 산다. 운명이 뒤바뀐 두 남자, 자신의 삶을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영화 <럭키>는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문명은 ‘LUCKY’가 아니라 ‘Luck.Key’다. 목욕탕 키로 인해 행운을 얻었다는 뜻이다.

의식을 되찾은 형욱이 일하게 되는 곳은 분식집이다. 형욱은 칼재주를 부려 각양각색의 김밥을 만들어낸다. 형욱의 현란한 칼솜씨에 손님들이 부쩍부쩍 늘어난다. 형욱은 과거의 기억을 잃으며 인생이 ‘리셋’됐다. 그는 자신이 음식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형욱의 이 같은 변신은 ‘각인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각인효과란 특정 시기에 일어나는 학습효과가 평생동안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알에서 부화된 새끼 거위가 어미 곁에서 크면 어미를 따르지만 사람과 함께 있으면 사람을 어미로 오인하며 따른다. 시간이 흘러 성숙한 거위가 돼도 사람을 떠나지 않으며 심지어 사람과 짝짓기를 하러 든다. 각인효과의 학습효과는 특정 시기에 일어난다. 이를 임계기간(critical period)이라고 한다. 거위의 경우 갓 태어났을 때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생각한다. 시계를 보여주면 시계를, 청소기를 보여주면 청소기를 어미로 알고 따른다. 거위는 부화해서 2일까지, 오리는 17시간까지 ‘각인’이 이뤄진다. 보통 새는 생후 50일까지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로렌츠는 이를 관찰해 노벨상을 받았다. 각인효과는 새에게 주로 많이 나타나지만 포유류와 어류, 곤충에게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각인효과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다. 어릴 때 몸에 익은 버릇은 ‘각인’이 되어 나이가 들어도 좀처럼 고치기 어렵다. 영·유아기 때 게임이나 영상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어른들보다 게임 부작용에 빠질 확률이 커진다. 아이 때 많은 양의 영상과 소리 정보를 접하면 뇌에 각인효과가 생겨 자극에만 민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일상적인 부모와의 대화, 친구와의 대화, 인간관계 등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모리 아키오의 ‘게임 뇌의 공포’를 보면 10세를 전후해 뇌의 뉴런 간 연락이 활발해 새로운 신경회로가 많이 만들어지고, 그 내용은 기억장치인 해마에 저장된다. 해마에 저장된 정보가 각인효과를 일으킨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각인효과를 노리는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투자한 ‘헬로카봇’이나 기아자동차가 지원한 ‘또봇’은 미래의 잠재고객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다. 프로야구단이 “아이들에게 꿈을”이라고 외치며 어린이야구단을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품 초기에 광고를 집중하는 것도 각인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나 상품에 대한 포지셔닝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강렬한 자극을 줘 긍정적인 이미지를 새겨놓을 수 있다.

킬러 형욱이 자신의 과거를 끝내 알지 못한다면 “나의 천직은 셰프”라며 살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어떤 사물을 봐도 음식과 요리를 생각한다. 각인효과는 그래서 무섭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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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마케팅#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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