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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TEST][NOW] 부모 집에 신혼방.. 늘어나는 기혼 캥거루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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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30 11:44:37 수정 : 2016-11-30 11: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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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용돈, 아이 유치원비 등 받아.. 3代 묘한 동거 '新대가족' 늘어
부모들 "출가 후까지 돈 대느라 여유있는 노후 꿈도 못꿔" 탄식

35[TEST][NOW] 부모 집에 신혼방.. 늘어나는 기혼 캥거루족

 

[결혼하고도 얹혀사는 2030 증가]
매달 용돈, 아이 유치원비 등 받아.. 3代 묘한 동거 '新대가족' 늘어
부모들 "출가 후까지 돈 대느라 여유있는 노후 꿈도 못꿔" 탄식

서울에 사는 허모(여·29)씨는 2년 전 결혼하면서 분가(分家)하지 않고 부모님 집에 신혼방을 차렸다. 전세를 얻기에는 모아둔 돈이 턱없이 부족했고, 육아와 집안일 부담도 덜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올해 초 출산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허씨는 부모님께 다달이 용돈도 받고 있다. 임대 수입으로 생활하는 부모님이 딱한 마음에 "화장품도 사고 옷도 사 입으라"며 매달 50만원씩 주는 것이다. 허씨는 "취직 전까지 용돈을 받아 썼는데 결혼해서 애를 낳은 다음에도 용돈을 받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부모님에게 얹혀살거나 매달 용돈을 받는 '기혼 캥거루족(族)'이 늘고 있다. 2000년대 초 등장한 '캥거루족'은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캥거루처럼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것을 말한다. 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20·30대 미혼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그런데 최근엔 취직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에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자녀가 많아진 것이다. 한국직업능력평가원에 따르면, 기혼 대졸자 가운데 14%는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모(여·29)씨도 결혼 이후 부모님으로부터 매달 100만원씩 용돈을 받고 있다. 이씨 부부의 월 소득은 둘이 합쳐 4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집 장만에 들어간 대출금을 갚으면서 공무원인 남편이 평일에 머무는 세종시의 원룸 월세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남는 돈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이씨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교육공무원으로 현직에 계시기 때문에 우리 부부보다 소득이 높다"며 "육아 비용에 집세까지 돈 들어갈 곳이 너무 많아 부모님의 도움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일자리의 질은 떨어졌지만 집값은 감당하기 어렵고, 맞벌이로 인한 자녀 양육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기혼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며 "경제적 문제 때문에 핵가족 제도가 다시 대가족 제도로 회귀하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신혼부부의 주거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부모와 함께 사는 신혼부부들은 동거 이유로 '독립하기 위한 주택자금 부족'(37.1%)과 '자녀의 육아·보육 문제 해결'(31.1%)을 꼽았다.

신(新)대가족이 늘면서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들 사이에선 '허리가 휜다'는 한탄도 나온다. 경기 고양시의 아파트에서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김모(60)씨는 "아내는 손녀 봐주느라 바쁘고 나는 경비원 일을 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노후 생활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운데 '본인 및 배우자가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한다'는 응답은 2011년 51.6%에서 2015년 58.5%로 증가했다. 반면 '자녀 또는 친척 지원'에 의존한다는 답변은 2011년 39.2%에서 2015년 28.6%로 크게 떨어졌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갓 결혼한 부부의 생활수준이 달라지는 현상은 사회적 위화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부 김모(34)씨는 "친정 부모님께 용돈을 제대로 못 드려 죄송한 마음인데, 아들 친구 엄마가 시부모로부터 영어유치원비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걸 보면 허탈하다"고 했다.

과도한 부모의 보살핌에 부부가 갈등을 겪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6)씨는 장인·장모가 결혼 후에도 아내에게 '코트를 사 입으라' '여행을 다녀와라'하며 용돈을 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씨는 "입사한 뒤에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부양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왔다"며 "결혼 후에도 부모 슬하를 벗어나지 않는 아내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캥거루족#육아#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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