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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답만 찾는 초등수학교육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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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1 01:28:18 수정 : 2016-12-01 01: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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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수학이 어려웠다는 기억을 간직한 어른일지라도 초등학교 수학 정도는 부담 없이 대하고, 자녀의 학습 도우미로 자처하기도 한다. 그만큼 초등학교 수학은 쉽다고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수학은 쉽다. 그러나 그것을 가르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자 화이트헤드가 ‘0마리의 물고기를 사려고 시장에 나서는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했듯이, 수학에서 0의 역할은 302와 같이 비어있는 자리를 나타내기 위한 기호에서 비롯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하나도 없는 것을 나타내는 수로 0이 도입된다. 각기둥과 각뿔을 정의할 때 시각적 표현을 이용하는 것이나 중·고등학교와 달리 초등학교 교실에서 바둑돌이나 블록과 같은 교구가 흔히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같이 초등학교 수학에서는 학생의 심리적 측면이 수학적 측면에 우선해 작용 가능하며, 때로는 수학자와 수학 교육자의 의견이 대립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교과서는 학생의 학습을 돕는 학습 자료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학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이를 위한 2009 개정 수학 교과서의 전략이 스토리텔링이었다. 주요한 효과가 있었지만 모든 단원을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하려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단원 말미의 보충 자료가 담고 있는, 지나치게 길고 어려운 줄글이 학습 부담을 야기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장혜원 서울교육대 교수·수학교육학
새로운 교과서의 전략은 수학 학습의 친구가 될 주인공 등장, 학기 초와 말에 수학적 태도 신장을 위한 차시 신설, 단원 도입 삽화의 일부를 각 차시로 연결하는 통합적 구성, 놀이 수학의 활용 등이다. 특히 어려운 어휘나 문장을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수학적 용어 및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최소한의 글은 필수이며, 말풍선과 구어체를 이용해 친근감 있게 제시하는 방법도 활용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키워드는 핵심역량이다.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지식 이상으로 길러줘야 할 것이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수학과에서 선정된 핵심역량은 문제 해결, 추론, 창의·융합, 의사소통, 정보 처리, 태도 및 실천의 여섯 가지이다. 아무도 수학 지식 암기와 계산에만 능숙한 아이가 수학을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음을 떠올리면 역량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다. 탐구 수학이나 차시 활동, 익힘책의 문제를 통해 핵심역량을 풍부하게 구현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장벽은 ‘수학에는 정확하게 답이 하나로 정해져야 한다’는 관념이었다. 답이나 해법이 여러 개인 열린 문제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격려하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수학의 참맛을 보지 못하고 정답만을 찾아 틀에 박힌 실행에 머물 것이라는 염려를 해보아야 한다.

교과서는 집필과정에서 연구진과 집필진의 의도로만 구성되지는 않는다. 교육부와 심의진, 검토진, 시민단체, 현장검토 과정에서의 교사와 학생 등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다소 지난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목표는 하나다. 아이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그러나 수학적으로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는 자료의 제공이다. 수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은 수학 안에서 찾는 것이 최선이지만 차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장혜원 서울교육대 교수·수학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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