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화이트헤드가 ‘0마리의 물고기를 사려고 시장에 나서는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했듯이, 수학에서 0의 역할은 302와 같이 비어있는 자리를 나타내기 위한 기호에서 비롯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하나도 없는 것을 나타내는 수로 0이 도입된다. 각기둥과 각뿔을 정의할 때 시각적 표현을 이용하는 것이나 중·고등학교와 달리 초등학교 교실에서 바둑돌이나 블록과 같은 교구가 흔히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같이 초등학교 수학에서는 학생의 심리적 측면이 수학적 측면에 우선해 작용 가능하며, 때로는 수학자와 수학 교육자의 의견이 대립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교과서는 학생의 학습을 돕는 학습 자료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학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이를 위한 2009 개정 수학 교과서의 전략이 스토리텔링이었다. 주요한 효과가 있었지만 모든 단원을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하려다 보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단원 말미의 보충 자료가 담고 있는, 지나치게 길고 어려운 줄글이 학습 부담을 야기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장혜원 서울교육대 교수·수학교육학 |
교과서는 집필과정에서 연구진과 집필진의 의도로만 구성되지는 않는다. 교육부와 심의진, 검토진, 시민단체, 현장검토 과정에서의 교사와 학생 등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다소 지난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목표는 하나다. 아이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그러나 수학적으로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는 자료의 제공이다. 수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은 수학 안에서 찾는 것이 최선이지만 차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장혜원 서울교육대 교수·수학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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