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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사라져가는 24시간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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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29 01:10:10 수정 : 2016-11-29 0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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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구미도 밤샘영업 이젠 옛말 / 일보다 가정의 행복이 우선되는 시대
일본에서 24시간 영업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자정 이전에 문을 닫는 편의점, 체인 음식점 등이 늘어나고 있다. 대낮처럼 휘황찬란하던 도심의 밤 풍경도 바뀌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급속한 경제발전 속 ‘일 우선’ 문화도 이제 점차 역사적 뒤안길로 밀려나고 있다. 발전 혹은 성장보다는 가정 속에서 찾는 행복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햄버거 체인 맥도널드의 24시간 영업점이 2년 새 1800개에서 800여개로 급감했다. 야근하고 퇴근하는 직장인의 속을 달래주던 우동, 덮밥, 초밥 가게도 심야영업을 점차 중단하고 있다. 일부 체인점은 아예 24시간 영업 전략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호황’과 ‘근면’의 상징처럼 들리던 365일 24시간 영업문화가 점차 외면받고 있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하는 사람은 이제 ‘현명하지 못한’ 인간으로 언급된다.

이런 현상의 표면적 배경은 인력난이다.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식 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시급도 평균 1만원이 넘는다. 심야시간에는 시급이 25% 할증된다. 도심지역에서는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해도 일할 사람이 많지 않다. 일본에서는 비정규 직원의 시급이 40개월째 치솟고 있다. 이용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인건비가 치솟으니 심야영업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식변화의 기저에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일본의 경기침체가 깔려 있다. 성장이 둔화하니 소비도 줄고 있다. 경기를 부양하려는 ‘아베노믹스’에 의거해 일본 정부는 2200만명에게 1만5000엔(약 16만원) 쿠폰도 대량 배포했을 정도다. 근로자의 시급 등 최저임금이 오른 것도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실질임금을 높여 국민의 구매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전략이다.

일본에서는 또 ‘야근 없는 날’이 확산되면서 긍정적 효과를 끌어내고 있다. 주중 가장 중간인 수요일 저녁에 야근이 없도록 일본 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정책으로 내놓고 권장하고 있다. 3분의 2 정도의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직장인 가족과의 소통 그리고 자기계발 시간을 늘리고 있다. 당연히 관련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개인과 사회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근로에 대한 인식과 문화의 변화다. 이미 유럽, 미국 등에서는 밤샘 영업문화가 사라졌다. 저녁 시간 전후로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는다. ‘행복론’ 강의와 서적이 인기 있는 시대다. ‘먹방’과 여행 체험이 방송에서 대세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여행지와 음식 관련 글과 사진이 넘쳐난다. 성장과 생산성을 강조하며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최근 ‘소비절벽’이라는 용어가 우리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여러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대응방안이 주를 이룬다. 진정한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민의 ‘행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다수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일자리도 나눌 시점이다. 기업도 노조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밤 문화도 바뀔 것이다. 밤업소가 아닌 가정에서, 상사가 아닌 가족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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