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신화 속 12신… 내 마음은 누구와 닮았을까

입력 : 2016-11-18 21:48:09 수정 : 2016-11-18 21:48: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내면 성찰과 극복… 불의 여신 ‘헤스티아’
힘의 상징이자 가부장적 독재자 ‘제우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집착 ‘데메테르’
아이처럼 자유로운 영혼 ‘헤르메스’ 등
그리스 12신 표상으로 인간 삶의 길 모색
이주향 지음/살림/1만6000원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이주향 지음/살림/1만6000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신들의 이야기인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책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신은 몰라도 제우스, 포세이돈, 아폴론은 알 정도이니 유명세야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그런데 이 책,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한다면서 이름이 낯선 신을 첫머리에 올렸다. 헤스티아. 난로·불의 여신이고 시간의 신이다. 저자는 “올림푸스 열두 신 중에 그녀만큼 존재감이 없는 신도 없을 것”이라고 소개한다. 존재감 없는 여신을 가장 먼저 소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불입니다. 불은 마음의 심지일 것입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에 시선을 두고 시선을 안으로, 내면으로 거둬들이는 시간, 그 시간이 그녀의 자존감이 생기는 시간일 것입니다.”

책에서 12신들은 우리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내 마음의 12별’이 되는 것이다. 헤스티아의 뒤를 잇는 신은 제우스다. 


신화는 단순히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생각의 뿌리이고, 삶의 태도에 대한 원형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사진은 라파엘로 산치오의 ‘신들의 회의’.
살림 제공
제우스는 연애할 때 거침없이 자기를 던진다. ‘썸’을 타는 법도 없다. 최고신으로서의 체면이나 권위 혹은 윤리, 생각, 약속은 안중에도 없고 맹목적 의지에 자신을 맡긴다. “의지는 맹목을 낳고 맹목은 그 길로 이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이 말은 제우스에게 들어맞는 명제다. 의지가 생기면 목표를 잊지 않고, 정확히 조준해 온 몸을 던지는 독수리는 ‘원시적 투지’가 힘의 근원인 제우스의 상징이다. 이해 못할 것은 온갖 여자들을 집적거리는 그가 아내 헤라와의 관계는 청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헤라와의 관계 유지는 불안심리를 가진 제우스가 드러내는 안전과 안정에의 욕구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어머니의 원형이다. 딸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납치되자 데메테르는 딸을 찾아 미친 듯이 세상을 떠돈다. 딸을 찾지 못하는 대지의 여신은 분노하고, 땅에서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다. 그녀는 “자식이 곁에 있어야 따뜻해지고 화기가 도는 여자, 남편의 일에 덤덤하고 자신의 일에는 울지 않아도 자식의 일이라면 세상 끝까지 가는 어머니”다.

그리고 헤르메스. 태어난 날 이복형 아폴론의 젖소를 훔치고도 태연작약하고, 거북이의 등짝을 울림통 삼아 연주한 신이다. 상처를 모르는 아이처럼 경쾌한, 어린아이 같은 헤르메스다.

“생을 도둑질로 시작한 교활한 신 헤르메스는 이 세상의 질서를 옹호하거나 질서에 위배될까 전전긍긍하는 신이 아닙니다. 그는 놀이하는 어린이가 다양한 놀이와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세계를 창조해내는 자유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책은 그리스의 신이 표상하는 인간의 마음을 짚는다.

제우스는 가부장제 하에서의 하늘의 신이다. 가부장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제우스의 하늘이 무너진다는 거다. 하지만 제우스가 설치는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위 눌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는 독재자인 것이다. 저자는 “당신이 제우스라면 평화의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당신 혼자가 아니라 100개의 팔의 도움으로 티탄족을 물리쳤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자식이 모든 것인 데메테르를 두고는 ‘온전한 나만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식 때문에 일어나는 어머니, 죽어도 탯줄을 끊지 못하는 그런 어머니가 있는 한 ‘나’의 삶은 온전히 ‘나’만의 것일 수 없습니다.”

더불어, 자기 세계를 찾아 멀어진 아이들을 끝내 기다려주는 어머니 때문에 결국은 봄이 온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세상이 감옥 같고, 세상과 맞서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되었을 때는 아이 같은 헤르메스를 마음속에서 불러내야 한다. 헤르메스는 세상의 법과 우리를 규정하고, 판단하는 가치가 선입견임을 “아이들이 장난치듯 알려주는 우리 안의 어린이”이다.

이런 분석은 신화를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감한 데서 시작된다. 저자는 헤스티아를 분석한 글에 이렇게 적었다.

“신화는 미신이 아니라 생각의 뿌리이며, 허구가 아니라 인식의 기원입니다. 거기엔 삶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원형적인 시각이 들어 있습니다. …길을 잃고 혼돈 속을 헤매는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입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