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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추위를 타는 정도가 다른 과학적 이유는

입력 : 2016-11-08 10:00:00 수정 : 2016-11-08 10: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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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매서운 가을추위가 예보됐습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모레 서울 광화문 일대 기온은 영하 2도(오전 6시)∼영상 7도(오후 3시)로 쌀쌀한 편입니다. 북서쪽에서 부는 바람 영향으로 체감온도는 영상 5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을추위와 실제기온, 체감온도

체감온도는 기상청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제공하는 날씨정보입니다. 우리몸이 얼마나 춥게 느끼는지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실제기온을 바탕으로 풍속, 습도, 일사량 등을 두루 감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름철의 불쾌지수와 비슷합니다.

기상청이 체감온도라는 생활기상예보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 8회, 3시간 간격으로 제공합니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 이외 체감물가를 내놓는 것과 엇비슷한 서비스입니다.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습니다." 기상청이 매일 내놓는 날씨정보의 한 예입니다. 쌀쌀한 데다 바람까지 불어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제온도보다 더 낮겠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1월 미국 뉴욕주 이리호 인근 버팔로시 일대. 웨더채널 제공

◆사람마다 느끼는 추위는 같을까

그런데 체감온도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나이나 사는 지역, 생활습관, 심지어 신체부위에 따라 체감하는 추위가 제각각입니다. 예컨대 9일 체감온도가 5도라고 할 때 귀와 손발, 직종, 출신지역에 따라 추위는 달리 느껴질 것입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의 6일(현지시간) ‘갑자기 추워졌을 때 당신 몸에 일어나는 변화’ 기사는 이같은 궁금증에 관한 것입니다. 체감온도에 관한 실증적이고 일반적이며 글로벌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기사는 진화론 창시자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1839)로 시작합니다.

같은 기온이라도 남녀가 느끼는 추위의 정도는 다르다.

◆체감온도는 문명별로 다르다?

다윈은 1831년부터 5년 간 영국 해군 조사선 비글호를 타고 남미 최남단 ‘티에라 델 푸에고’까지 다녀왔습니다. 오랜 항해에 따른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던 조사단 앞에 거의 벌거벗은 남미 원주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다윈에겐 ‘문명 충격‘과 다름없었습니다.

"미개인들이 해안가에서 우리 배를 쳐다봤습니다. 그중 한 여인이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며 우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진눈깨비가 그녀의 젖가슴과 아기 맨살에 차갑게 내려앉는 데, 이들은 (우리처럼) 추위를 느끼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다윈은 사람마다 달리 추위를 느끼는 게 문명차 때문으로 봤습니다. 그는 ‘비글호 항해기’에서 "나는 미개인과 문명인 간의 차이가 이렇게나 큰지 미처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는 서구의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입니다. 그래도 당대엔 이같은 멸시와 조롱이 일반적이었을 겁니다.

찰스 다윈이 탑승한 비글호가 남미 최남단에 도착했을 때의 장면을 묘사한 회화 작품.

◆고열에도 한기를 느끼는 이유

인디펜던트는 왜 개인·성별·습관·환경마다 체감하는 추위가 다른지에 주목합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추위를 얼마나 느끼냐는 것은 실제온도보다는 체감온도 변화율에 좌우됩니다. 한여름 수영장에 뛰어들 때의 수온 23도는 한겨울 온도가 5도였을 때보다 더 춥게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누구나 ‘오한’(惡寒)을 느낀 적이 있을 겁니다. 오한은 갑자기 몸에 열이 나면서 추위를 느끼는 증세를 말합니다. 몸에서 열이 나는 데 되레 한기가 느껴진다? 왜 그럴까요. 인디펜던트는 피부온도(temperature of the skin)와 심부체온(core temperature), 시상하부(hypothalamus), 신진대사(metabolic heat) 등의 개념을 끌어왔습니다.

감기 등으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오한을 느끼는 건 왜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떻게든 심부체온을 유지하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때 우리 몸은 외부자극에 걸맞게 반응합니다. 피부 등 각 감각기관이 수집한 정보가 뇌로 전달되면 시상하부(몸의 항상성을 관장하는 영역)는 뇌파와 혈류, 호르몬 등을 통해 각 신체기관에 경보를 울립니다. 추위 등 외부 충격에 맞서 심장 등의 정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라는 명령입니다.

만약 평소와 크게 다른 체감온도가 느껴졌는데도 뇌가 정상적인 방어기제를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저체온증에 걸리기 마련입니다. 저체온증을 피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최대 1시간. 이 시간 내에 벌벌 떨거나 오한을 느끼는 식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자체 열을 발산해야만 심부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추위를 얼마나 타느냐는 그 사람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성별 등에 따라 다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람마다 제각각인 체감 추위

혹시 ‘레이노 증후군’(Raynaud’s phenomenon)을 들어보셨나요? 서울대 의대는 레이노증후군을 "추위나 심리적 변화로 인해 손가락이나 발가락 혈관에 허혈 발작이 생기고 피부 색조가 변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이 추위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인데, 유병률은 일반인의 10% 정도라고 합니다.

레이노증후군은 실제온도, 체감온도가 아닌 각 개인의 적응 능력에 따라 다릅니다. 19세기 남미 원주민이 유럽 조사단보다 추위에 강했던 것은 문명의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또 제주 해녀가 한겨울 바닷속에서 1시간 넘게 머물 수 있는 것은 평소에도 줄기차게 ‘물질’을 하기 때문일 겁니다. 임산부가 출산 전후 극심한 오한에 시달리는 것도 레이노증후군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인류 신체능력은 갈수록 퇴화?

같은 기온이라도 남녀가 느끼는 추위는 다릅니다. 여성은 같은 조건이더라도 남성에 비해 훨씬 추위를 더 탑니다. 상대적으로 두터운 피하지방과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때문에 전반적으로 피부온도가 남자보다는 낮기 때문입니다. 추위를 느끼는 정도는 신체 부위별로도 다르다고 합니다. 얼굴의 경우 이마, 턱, 왼뺨, 오른뺨 순이라고 하네요.

인디펜던트는 얼마만큼 추위를 느끼느냐는 시대별로도 차이가 있다고 전합니다. 옛사람들에 비해 신체적 건강상태가 월등하게 뛰어난 현대인은 오히려 추위를 더 많이 탄다고 합니다. 일정 부분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의복·주거·난방 시설의 발달로 평소 추위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제주 해녀들은 체온보다 훨씬 낮은 바닷속에서 1시간 이상 '물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여행정보 매거진 '아이러브제주'

그런데 ‘인류의 추위 적응 미시사’에 관한 인디펜던트 기사 말미는 씁쓸합니다. "인류가 추위에 대한 대응을 전력회사들에 일임하면서 우리는 (저체온증 대신) 비만이라는 새로운 질환과 맞닥뜨리게 됐다. 만약 계속해 직접 추위와 맞섰더라면 우리는 (이상기후가 출몰하는) 요즘 훨씬 더 잘 살고 있지는 않을까?"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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