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집중취재] 제주, 그 많던 일본인들 어디로 갔나

입력 : 2016-11-07 19:43:17 수정 : 2016-11-07 19:43: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슈&현장] 항공 직항 적고 한류상품 없어… 일본인 관광객 제주 외면
한·일 관계 악화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한국을 외면했던 일본인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지만 제주도는 딴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제주도는 1990년~2000년대 일본인 관광객이 한 해 18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관광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인 관광객은 한 해 5만명을 채우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 내 관광업계에서는 ‘일본 시장은 이미 죽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부산과 달리 제주는 항공 직항편 축소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일본의 해외여행을 주도하는 20~30대 여성층을 공략할 만한 한류·쇼핑·건강·미용 상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일본 관광객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와 여행업계는 제주~일본 직항 노선이 적자라며 공급좌석 확충을 외면하는 항공업계를 비판하고, 항공업계는 제주도가 일본 젊은 층의 해외여행 트렌드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소모적 논쟁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 초호화 크루즈인 ‘닛폰마루’를 타고 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제주항에 내리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급감, 중국어 배우는 일본어 가이드

일본어 관광통역안내사 15년 경력의 A(43·여·제주시)씨는 요즘 중국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인 관광 안내 의뢰가 거의 없어 수요가 많은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다. A씨는 “중국어 가이드 자격을 따려는 일본어 관광통역사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그마저도 중국 전담 여행사들이 한국인보다 중국동포인 조선족 가이드를 선호해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해 가이드 자격을 따고 한때는 쉴 틈 없이 일했지만 요즘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거나 사실상 백수 신세로 전락한 안내사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며 “일본어 관광통역안내는 알바”라고 토로했다.

7일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역안내사 현황에 따르면 제주엔 763명이 일본어 가이드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현업에서 활동하는 일본어 가이드가 2010년만 하더라도 260여명에 달했지만, 올해 현재 20~30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관련 여행업체도 2010년 80개에서 올해 13개로 대폭 감소했다. 

제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1993년 18만9053명으로 최다 방문 기록을 세웠다. 2006~2012년만해도 17만~18만명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2년 18만357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3년 12만8879명, 2014년 9만6519명으로 불과 2년 새 반 토막 났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5만9402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올 들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주도만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제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만2917명으로, 메르스가 확산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8006명보다 오히려 31.4%나 감소했다.

반면 1~8월 방한 일본인은 145만1565명으로, 지난해 117만5559명보다 23.5% 증가했다. 또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일본인 관광객은 태국(3만224명), 말레이시아(3만489명) 등 동남아권 국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항공 접근성 악화가 주요 원인, 젊은 층 겨냥 전략 필요

일본인이 제주도 방문을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는 항공 접근성 악화와 여행 성향 변화, 제주 인지도 하락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제주와 일본 직항 정기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도 제주~도쿄를 2014년 12월부터 주 5회로 감편한 뒤 현재는 주 3회로 줄였다. 오사카는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후쿠오카와 나고야 노선은 2014년 10월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제주~일본 공급좌석(일본~제주 편도 기준)은 2012년 25만5495석에서 지난해 7만7898석, 올 7월 현재 3만2215석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좌석 수가 줄면서 올해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제주~일본 직항 좌석이 줄면서 일본인 관광객은 2013년 28.5%, 2014년 25.1%, 2015년 38.5%, 올해 7월 현재 30.1% 줄었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일본 전체 노선 편수가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제주와 도쿄, 오사카 노선에 투입되는 항공기는 138석짜리 소형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운항 재개 이후 탑승률은 운항 초 20~50%대에 불과했다. 지난 8∼9월 70~80%대까지 올랐지만 항공사는 운항할수록 적자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제주~일본 직항편을 외면하면서 급기야 제주도는 최근 조례를 개정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안정적인 항공노선 공급과 개별관광객의 제주 방문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직항노선 운항 확대와 재운항, 저비용항공사들의 취항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저렴하고, 가깝고, 짧은 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주는 직항편 부족 등으로 서울·부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고 있다.

20~30대 여성이 시장을 주도하는 여행업계의 유행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 연구소의 2016년 해외여행 긴급조사에 따르면 방한 일본인 중 여성의 경우 15~29세가 27.4%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 여성이 11%를 차지했다. 남성 역시 15~29세가 11.7%로 가장 많았다. 20~30대 여성이 38.4%를 차지했다.

이들의 한국 방문 계기는 콘서트와 이벤트 참가 등 한류 열풍에 따른 대중문화, 취미, 건강 미용 등을 꼽았다. 제주도는 서울 부산과 달리 20~30대 여성들을 끌어들일 만한 한류 콘서트와 이벤트, 건강·미용·식도락·힐링 상품 등이 부족한 현실이다.

일본시장 마케팅이 중국인 관광객과 크루즈관광객 유치에 밀려 점점 더 외면당하고 있다. 나고야 제주관광 홍보사무소는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고승익 제주도관광협회 마케팅국장은 “일본과 제주를 연결하는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고 일본의 가족 단위 여행객과 젊은 여성 층에서 제주도 인지도가 너무 낮다”며 ”항공노선을 대폭 늘리고 도쿄와 오사카 이외의 나고야, 후쿠오카 등의 지역에도 전세기 취항을 시작으로 해 직항노선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