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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코미디 돌풍 ‘럭키’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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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8 00:44:25 수정 : 2016-10-28 00: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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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극장가에 코미디 영화 ‘럭키’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냉혹한 킬러 형욱(유해진)은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넘어져 기억을 잃게 되면서 같은 목욕탕에 있던 무명배우 재성(이준)과 삶이 뒤바뀌게 된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고 있다.

영화의 흥행세가 놀랍다. 관객이 많이 몰리지 않는 비수기임에도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한 것이다. 또한 역대 한국 코미디 영화 중 최단 기간 40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이번 주말에는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려한 배우도 없으며 대작영화도 아닌 영화 ‘럭키’의 매력은 무엇일까.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다만 무명배우로 뒤바뀐 형욱이 기억을 찾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리는데 관객들은 그 과정을 편안하게 관람하면 된다. 다른 영화와 달리 거칠고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유해진의 연기도 일조했다. 뛰어난 연기력은 부족한 스토리 구조를 보완해 준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특이한 대사 톤과 미묘한 눈빛의 변화로 두 사람의 인생이 뒤바뀌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큰 웃음을 선사한다.

혼란스러운 현실에 실망한 관객들이 위안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극장가에서는 재난영화, 역사물, 범죄 액션과 같은 심각한 장르가 인기를 끌어왔다. 애국을 강조하고 사회비판과 현실을 고발하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관객들은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회문제를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을 통해 사회가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비리는 근절되지 않고 있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앞으로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힘들고 지친데 심란한 영화까지 보고 나면 더 큰 피로감이 쌓인다. 관객들은 잠시나마 웃음을 찾고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가볍고 유쾌한 영화를 찾는다. 잊고 싶은 현실을 굳이 영화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과거에도 현실이 암울했던 시기에는 코미디 영화가 흥행세를 탔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조폭 마누라’가 극장가를 휩쓸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써니’가 흥행에 성공했다. 일자리를 잃고 사업이 몰락하면서 위로받고 싶은 관객들이 코미디 영화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영화 ‘럭키’가 올가을 극장가의 새 강자로 등극한 것도 최근의 정치적 혼란이나 경기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코미디 영화의 흥행세가 반드시 반갑지만 않은 이유다.

‘럭키’의 흥행에 힘입어 영화계는 코미디 장르 부활을 기대한다. 경기침체로 예산이 부족한 여건도 코미디 영화 제작을 부추긴다. 재난, 역사, 범죄 액션 영화에 비해 코미디는 아이디어와 연기력만 갖추면 저예산으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코미디 영화가 더 큰 위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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