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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남산 끊어진 사람 길, 옛 골목 흔적 찾아 다시 잇는다

입력 : 2016-10-23 23:36:31 수정 : 2016-10-23 23: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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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서울, 도시재생에서 해법 찾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어디일까? 2014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명동을 방문해 봤다고 응답한 외국인이 72.8%, 동대문시장으로 대답한 외국인은 56.6%에 달했다. 고궁(39.1%), 남대문시장(32.8%), 남산(31.6%), 인사동(29.4%)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외국인에게는 서울을 상징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도 자주 찾는 명소인 이들 장소를 연결하는 중심 길목에 세운상가가 위치해 있다. 그야말로 도심 보행축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그러나 낡고 쇠락해 보행자들에게 기피장소가 돼 버린 세운상가는 그동안 보행축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 세운상가가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걷는 서울’의 중심축으로 다시 태어난다.

◆끊어졌던 남북보행축 복원해 도심보행의 대동맥으로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끊어진 서울 도심 남북보행축을 복원하는 데에 큰 비중을 둔다. 원래부터 세운상가는 사대문 안 보행축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건물이었다. 전통적으로 청계천 물길을 따라 동서로 발달한 도로구조를 가지고 있던 서울 도심에 남북축을 가미해 도시구조를 개편하려는 의도를 1966년 설계 당시부터 짙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거대한 일직선 건물, 당시에는 생소했던 외부 보행자데크, 입체도시 등의 개념은 세운상가를 도심 남북보행축의 중심으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한 장치들이었다. 그러나 세운상가의 이러한 시도는 1990년대 이후 지역이 슬럼화되고, 급기야 2005년 청계천 복원으로 일부 상가를 잇는 공중보행교가 끊어지면서 절반의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에 따라 시는 우선 1단계로 세운상가 가동과 대림상가 구간을 잇는 세운보행교 복원공사를 올해 3월 시작했다. 1단계 공사는 내년 5월 준공 예정이다. 삼풍상가∼호텔PJ∼진양상가를 연결하는 2단계 공사는 2019년 말 완공 목표다. 공중보행로 공사가 완료되면 종묘에서 남산까지 보행의 흐름을 끊지 않고 걸을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된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남북보행축은 서울시가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명동~예장자락~남산 보행관광축’, 서울역 고가를 재생한 ‘서울로 7017’ 및 만리재로 보행길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사실상 세운상가가 서울역, 남산, 명동, 종로를 잇는 보행네트워크의 대동맥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오랜 이야기 담긴 옛 골목길 끌어안는 시도도

‘다시·세운 프로젝트’에는 이 같은 남북보행축 복원 외에 오랜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돼온 도시의 기존 보행길을 품는 시도 또한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세운상가 설계 국제현상공모에서 이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의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당선작은 1968년 이 일대가 재개발되기 전부터 형성됐던 골목의 흔적을 찾아 이 길들이 재생된 세운상가와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뒀다. 세운상가 일대는 종로구 관수동 국일관부터 장사동 세운상가까지를 잇는 피맛길을 비롯해 조선시대 이후 민중의 삶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얽혀 있는 골목길들이 실핏줄처럼 얽혀 있는 지역이다. 이를 위해 시는 18세기와 20세기 초, 세운상가가 들어서기 직전 등의 옛 지도를 근거로 종로와 동대문 사이 동서로 이어지는 골목 보행로를 복원해 단계적으로 세운상가 보행축과 연결할 계획이다.

양병현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장은 “당선작이 제시하는 옛길과의 공존을 원칙으로 세부적인 재생 사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특히 이 일대 개별 개발계획에 세운상가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옛 길의 모습에 기반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운상가를 둘러싼 지역의 개발계획이 같은 원칙하에 이루어지고, 단계적으로 세운상가와 옛길이 조화롭게 연결되면서 과거와 근대, 현대가 공존하는 보행길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서울에 살았던 이들의 유산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끌어안는 새로운 방식의 개발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청계천 복원의 경우 지나치게 복구에만 집착한 나머지 산업화의 일부로서의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지역의 역사성까지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현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보행중심으로 도심을 개혁하는 청계천 복원은 1과 0밖에 존재하지 않는 중간지대가 없는 복원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서울은 각 필지의 모습은 달라졌으나 도시로서의 구조는 수백년간 이어온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같은 인위적인 재구조화가 아니라 과거 이 땅에 살아온 이들의 흔적을 인정하는 개발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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