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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의 미국과 '결별' 선언 배경은 뿌리 깊은 '반미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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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3 18:09:34 수정 : 2016-10-23 18: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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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우방국으로 간주됐던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는 그의 뿌리 깊은 ‘반미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이 필리핀 점령한 뒤 독재를 허용하며 정치 부패를 조장했다고 여기고 있는 그의 가치관이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출신으로 정치적으로 아웃사이더였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삶을 조명하며 그가 미국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고,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해 “미국과 결별할 시간”이라고 말한 것이 이례적인 행동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1945년 대다수가 카톨릭을 믿는 필리핀에서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남부 민다나오에서 태어났다. 민다나오 지역은 1898년 스페인이 필리핀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점령당하지 않은 대표적인 곳으로, 이 곳 주민들은 미국이 스페인에 이어 침략하자 적극 저항에 나서기도 했다. 두테르테 역시 “미국의 침략과 식민지배 기간에 수많은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제국주의에 눈을 뜬 건 마닐라 대학교에서 공산당을 창건한 호세 마리아 시손으로부터 정치학을 배우면서다. 1969년 무장투쟁에 나선 전력이 있는 시손은 두테르테에게 미 제국주의의 부정적인 점과 필리핀 시민을 희생양 삼아 권력을 누리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실상에 대해 가르쳐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필리핀 공산당에 대해 우호적이지만, 미국은 이 단체를 현재 테러리스트 목록에 올려놓은 상태다.

1980년대 다바오시에서 검사로 재직한 두테르테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필리핀 사법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됐다고 여겼다고 WSJ는 전했다. 부정축재자가 뇌물로 기소를 피하는 사례 등을 보면서 사법 절차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이는 그가 다바오시 시장이 된 뒤 마약 범죄자를 즉결 처형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2007년부터 필리핀 정부가 다바오에서 미군과 대규모 군사연습을 벌인 것도 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시장 재직 기간 동안 “뻔뻔한 태도와 우월의식으로 뭉친 미군이 다바오시에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결국 이라크 전체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미국에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 권한을 10년간 주는 방위협력확대협정(EDA)의 재검토를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11월 이전에만 해도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친미 성향인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소식을 접한 뒤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그의 반미 행보는 필리핀 야권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실제 그의 ‘결별’ 발언 직후 조지프 빅토르 에헤르시토 상원의원은 미국이 필리핀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을 들어 경제 역풍을 우려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지율이 76%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번 방중을 통해 240억달러(27조여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성사시켜 성과를 내는 등 두테르테의 반미 홀로서기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인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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