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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 부활… 한국 간이식 기술 최고

입력 : 2016-10-23 21:10:17 수정 : 2016-10-23 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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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 집결 ‘한국 의료' 조명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위, 갑상선, 대장, 폐에 이어 5번째로 흔한 암이다.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질환이며, 특히 40~50대 남성에게서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간암 환자가 많은 만큼 간 이식 수술에 대한 미담도 종종 접할 수 있다. 간경화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한쪽 간을 내놓거나, 간암 말기에 이른 친구를 위해 간 이식을 결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새로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간이식 건수는 25.2명으로 미국(21.7명), 일본(3.8명)을 크게 앞선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간 이식 수술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이식 환자들의 생존율도 97%(1년), 89%(3년), 88.5%(5년)라는 세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2일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의학 분야 최초로 ‘한국 간이식’을 선정한 것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세계 간이식 수술 이끌고 있는 ‘한국 의료’

이날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생체 간이식’이다.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를 통한 장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사정에 가장 잘 맞는 형태의 수술이다.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많은 반면 이식이 가능한 뇌사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체 간이식은 간을 떼어주는 기증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해 일반적인 간 이식 수술에 비해 좀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1994년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 이식팀이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을 최초로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두 사람의 간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를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옮겨 붙이는 ‘2대1 생체 간이식’ 기술을 개발, 성공한 이후 70%에 불과했던 간이식 수술의 성공률은 95% 정도로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최근까지 생체 간이식 수술만 4350례를 기록해 단일병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간이식 수술에서 생체 간이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간이식 수술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생체 부분 간이식의 가장 큰 장점은 뇌사자로부터 장기기증이 적은 국내의 장기부족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응급이식을 필요로 하는 급성 전격성 간부전, 간기능 부족으로 절제가 불가능한 간암환자들도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기증자에게 간 절제라는 부담과 함께 동반될 수밖에 없는 ‘안전’ 문제가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간이식 성공률이 크게 늘고 있고, 합병증 역시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진 역시 말기간부전 환자들에게 더 늦기 전에 이식을 권유하는 추세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는 “간 이식이 더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장기이식 의료기관의 집중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각 기관이 기증자 가족의 심리적, 경제적 안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은 세계 최고… 간 질환 예방 의식은 ‘글쎄’

간 이식 수술에 대한 접근은 과거에 비해 쉬워졌지만 간 질환 예방에 대한 의식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간학회가 전국 20∼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인지하고 있는 간염 종류에 대한 질문에 B형 간염 92%, A형 간염과 C형 간염은 각각 76%였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86%는 ‘A형 간염, B형 간염, C형 간염의 차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간염 질환의 명칭은 알지만 어떤 질환인지는 정확히 모르고 있는 셈이다. 실제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70~80%는 B형간염 바이러스, 10~15%는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고, 나머지 10~15%는 알코올의 과다 섭취와 그 외 여러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B형간염은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C형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이 중에서 30~40% 정도가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한다.

수술 이후 기증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광협 연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부활의 장기’로 아직 인공 장기로 대체가 불가능하다”며 “인공심장처럼 인간이 장기를 만들어서 교체가 가능하면 문제가 적으나 다른 사람의 장기를 받아야 할 때는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장이나 간처럼 일부를 제공하는 경우도 제공자를 찾는 것이 문제이며 이외에도 이식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모든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없는 것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사회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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