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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학기술계까지 청와대 입김에 휘둘리면 미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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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1 23:33:12 수정 : 2016-10-21 23: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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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산하 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영아 원장 선임을 ‘불승인’하면서 청와대의 인사 개입설이 불거지고 있다. 키스텝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박 원장 연임을 투표로 가결해 승인을 요청했으나 미래부는 그제야 안 된다고 밝혔다. 1999년 키스텝 출범 이래 이사회 선임 원장이 퇴짜를 맞은 건 처음이다. 미래부가 20일 넘게 결정을 미적거린 데다 불가 이유도 모호해 윗선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심이 들 만하다. 이사회 투표에서 박 원장에게 1표 차로 밀린 인물은 이인선 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원장이다. 이 전 원장은 4·13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떨어진 친박계다. 박 원장은 18대 의원을 지내 친이계로 분류된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불승인은 이인선 후보가 원장이 안 된 데 따른 청와대의 보복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청와대가 최근에도 금융권 등 각계에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고 있는 만큼 공감이 간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차기 이사장 공모에 ‘말(馬)전문가’인 건국대 김모 교수가 응모한 것도 낙하산 논란을 부르고 있다. 김 교수는 최순실씨 딸의 입시·학점 특혜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이화여대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의 남편이다. 과학계와 전혀 무관한 사람의 지원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김승환 전 이사장이 지난달 1일 임기 1년여를 앞두고 돌연 사퇴한 것부터 석연치 않았다. 미래부의 사퇴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동일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이 지난 19일 넉달 만에 스스로 물러난 건 낙하산 인사의 난맥상을 잘 보여준 사례다. 권 전 원장이 지난 6월 선임되기까지 공모가 세 차례 실시된 건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을 앉히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 권 전 원장이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을 처분하라는 공문을 받자마자 즉각 사퇴했다. 그는 임명 전 담당 부처로부터 보유 주식이 ‘문제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검증에 실패한 청와대·미래부로선 꼴이 우습게 됐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키스텝은 원장 선임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과학기술계마저 외풍에 흔들리는 마당에 무슨 염치로 노벨과학상을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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