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창의재단 차기 이사장 공모에 ‘말(馬)전문가’인 건국대 김모 교수가 응모한 것도 낙하산 논란을 부르고 있다. 김 교수는 최순실씨 딸의 입시·학점 특혜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이화여대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의 남편이다. 과학계와 전혀 무관한 사람의 지원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김승환 전 이사장이 지난달 1일 임기 1년여를 앞두고 돌연 사퇴한 것부터 석연치 않았다. 미래부의 사퇴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동일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이 지난 19일 넉달 만에 스스로 물러난 건 낙하산 인사의 난맥상을 잘 보여준 사례다. 권 전 원장이 지난 6월 선임되기까지 공모가 세 차례 실시된 건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을 앉히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 권 전 원장이 보유 중인 비상장 주식을 처분하라는 공문을 받자마자 즉각 사퇴했다. 그는 임명 전 담당 부처로부터 보유 주식이 ‘문제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검증에 실패한 청와대·미래부로선 꼴이 우습게 됐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키스텝은 원장 선임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과학기술계마저 외풍에 흔들리는 마당에 무슨 염치로 노벨과학상을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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