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오히려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능동적이다. ‘범죄의 여왕’은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 120만원의 수도요금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가 직접 나선다. 상업영화라면 남자 탐정이나 형사가 수사를 전담했겠지만 여기서는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맡는다. 박지영은 ‘아줌마’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고 감춰진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유머와 스릴감을 주어 상업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감독들의 뮤즈로서 여배우가 기용됐음을 보여준다. 작가주의 감독들은 상업영화가 외면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춰내곤 하는데, 이들의 의도는 여배우를 통해 더 잘 표현된다. 장률 감독의 영화 ‘춘몽’은 탈북여성 예리(한예리)를 통해 이방인과 취약계층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아냈다.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 역시 그렇다. 60대의 여성 소영(윤여정)은 늙어서까지 몸을 팔아야 한다. 감독은 그를 통해 노인 성매매와 자살 조력 등 한국 사회의 뒷면을 그려냈다.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는 소재와 이야깃거리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배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연기력도 확장하기 위해 독립영화로 간다. 독립영화의 장점은 새로운 시도에 있다. 상업영화의 식상한 캐릭터를 벗어나 배우 자신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가 된다. 심은경은 영화 ‘로봇, 소리’에서 로봇 목소리를 연기했다. ‘부산행’에서는 단역 좀비를 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걷기왕’에 주연으로 출연해 연기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손예진 또한 ‘비밀은 없다’에서 전에 없던 연기력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알렸다. 여배우들의 시도는 또 다른 활력이 되어 부메랑처럼 인기로 다시 돌아왔다.
독립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반갑다. 특히 다양성을 추구하는 독립영화에서 독자적으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구축해가며 소비시장을 변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더불어 이들의 노력이 상업영화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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