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시내 면세점은 대기업 6개사(11개 점포)와 중소·중견 기업 10개사(10개 점포)가 총 21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 상반기 흑자 점포는 대기업 6개(롯데 4개, 신라 2개), 중소·중견기업 3개 등 9개 점포에 불과하다. 나머지 12개 점포는 큰 폭의 적자를 냈다.
대기업의 경우 신세계DF의 영업적자가 175억원으로 가장 큰 가운데 한화갤러리아 174억원, 두타면세점 160억원, HDC신라면세점 91억원 등이다. 15년 만에 면세 특허를 받는 신규 면세점들이 첫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다.
중소·중견 기업은 10개 점포 가운데 3곳만이 흑자를 냈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 말 현재(월별 기준) 흑자를 기록한 곳은 대전 신우면세점(5억3000만원, 손익분기점 2억5000만원), 대구 그랜드면세점(15억4300만원, 손익분기점 8억원), 울산 진산면세점(7억3400만원, 손익분기점 4억원) 등이다.
나머지 인천 엔타스듀티프리, 수원 앙코르면세점, 청주 중원면세점, 창원 대동면세점 등은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연내 서울 4곳, 부산 1곳, 강원 1곳 등 모두 6곳의 신규 사업자를 추가 선정한다.
적자 면세점이 속출하는 가운데 추가 면세점이 잇따라 허용된 데는 한 보고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외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원은 공청회에서 2015년 서울권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이 전년 대비 88만명 증가한 1230만명으로 추정했다.
관세청은 연구원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15년 만에 4개 시내 면세점을 허용한 데 이어 1년 만에 3개를 추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5월 한국관광문화원이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서울 권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지난해 전년 대비 약 100만명이 감소한 1041만3309명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면세점이 난립하면서 2003년과 2010년 한진과 AK 같은 대기업들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다”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12개의 중소기업 중 4곳이 허가권을 반납했고, 1곳은 취소를 당했다. 면세점 사업은 의욕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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