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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억만장자들이 유독 아들을 많이 낳는 이유는

입력 : 2016-10-18 17:34:52 수정 : 2016-10-18 17: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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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라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보유 재산만 100억달러가 넘는 머스크는 아들만 6명을 뒀습니다. 미국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4명의 아들과 2명을 딸을 뒀다고 하네요. 국내 재력가·권력자 중에서도 유독 아들을 많이 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아들 8명에 딸 1명을 뒀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만 3명을 뒀지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왼쪽 세 번째)는 아들만 여섯 명이다.

◆남녀 성비는 왜 다를까

자연생태학적으로 보자면 부모가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는 50%의 확률일 것입니다. 실제 세계 인구 남녀 성비도 그렇습니다. 유엔의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73억4947만2000명 가운데 여자 100명 당 남자 수는 101.8명이었습니다. 한국은 여자 100명 당 남자가 98.8명입니다. 물론 지역별로 편차는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여자 100명 당 남자 수가 274명입니다. 반대로 러시아는 100(여) 대 86.8(남)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세계적으로 남자 수는 왜 여자보다 많을까요? 따지고 보면 남자는 여자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당뇨병과 심장질환, 암에도 더 잘 걸립니다. 살인사건 피해자의 3분의 2, 교통사고 사망자의 4분의 3은 남자입니다. 그리고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확률은 여자보다 3배 높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전 세계 어머니들이 실제 수치로 드러난 성비보다 훨씬 더 많은 아들을 낳고 있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성비는 경제 여건과 관련있을까
붉은사슴의 경우 무리 내 지위가 높은 암컷이 수컷 새끼를 낳을 확률은 60%에 이른다.

남녀 성비는 남아 선호 사상과 별개로 그 나라의 정치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선진국들의 평균 남녀 성비는 여자 100명 당 남자가 97.4명입니다. 중국(106.3명)과 인도(107.6명) 등 신흥국은 103.3명입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습니다. 한국의 경우 6·25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 여자 100명 당 남자 99.2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이후인 1965년엔 101명으로 남자가 더 많아졌고 2005년이 돼서야 99.9명으로 거의 50 대 50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갈수록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지는 2050년엔 96.5명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인구 성비가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다면 이 같은 가설을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 특히 억만장자는 아들 낳을 확률이 높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요? 유력자들이라고 해서 성별을 인위적으로 선택할 순 없을 겁니다. 재벌가 사이에 "남편이 새벽에 관계를 갖기 전 진한 블랙커피를 마신다" "배란 당일 관계를 가진다" "남편이 관계 도중 고개를 동쪽으로 돌린다"와 같은 아들 낳는 비법이 따로 전해져 오진 않을테니까요. 만약 부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다면 그 과학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주기 추도식 때 모인 아들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동물 세계에서 암수는 반반

영국 BBC방송이 최근 이러한 궁금증에 관한 주요 연구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억만장자들이 아들을 보다 많이 낳는 이유’입니다. BBC에 따르면 동물 개체 수에 있어 암·수컷 성비의 비밀에 대해 처음 연구를 시작한 과학자는 역시 ‘종의 기원’의 찰스 다윈이라고 합니다. 그는 공작의 꼬리처럼 수컷이 화려한 외모를 가진 동물 종은 상대적으로 적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봤습니다.


수컷 공작은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화려한 문양의 꼬리를 펼친다.

하지만 연구는 곧바로 한계에 부닥칩니다. 수컷 수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짐작했던 동물들 암수 성비가 인간처럼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가설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직감한 다윈은 "(성비에 관한) 전체적 물음이 워낙 복잡한 까닭에 해결책은 후대를 위해 남겨놓는 게 (과학적으로) 안전한 길일 것"이라고 발을 뺐습니다. 


◆"여유가 있을수록 아들 낳는다"

다윈의 바통을 이어받은 과학자는 로버트 트리버스 전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입니다. 수학에서 시작해 법학, 역사학, 유전학 등으로 쉴새없이 주 전공분야를 바꾸던 트리버스 교수(현재는 럿거스대학 인류학 교수로 재직)는 1972년 하버드대학 수학과의 동료 교수 댄 윌라드와 함께 성비에 관한 진화생물학 가설을 내세웁니다.

'살아있는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평가 받는 로버트 트리버스.

‘트리버스-윌라드 가설’로 불리는 이 이론은 "부모 개체는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적합한 자손에게 더 많이 투자하는 게 유전자 전달 면에서 효율적이다. 일부다처제가 작동하는 동물이라면 여유가 있을 때는 딸보다 아들에게 투자하는 게, 여유가 없을 때는 아들보다 딸에게 투자하는 게 유전자 전달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생존경쟁의 출발선이 다르다"

즉 강한 수컷이 더 많은 암컷을 차지하는 게 ‘자연의 법칙’인 만큼 부모 입장에서는 자손 생산이 제한된 딸보다는 아들을 생산해 강한 수컷으로 키우는 게 투자 대비 효율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라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경우엔 괜히 다른 수컷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아들보다는 다른 수컷과의 번식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는 딸을 낳는 쪽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징기스칸은 1000~2000명의 자녀를 뒀고, 유전자 검사 결과 그의 피를 물려받은 후손은 전 세계에 1600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징기스칸이나 중세 아일랜드 이넬 왕조처럼 남자는 최대 2000명까지 자식을 생산할 수 있지만 여자의 경우 76년 평생(1707∼1782년) 총 69명의 자녀를 낳은 러시아 서부 슈야의 한 농부 아내가 역사적으로 ‘최다산’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붉은사슴과 코끼리바다물범, 고릴라 등 일부다처제 동물들도 최고 강한 수컷의 경우 수백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반면 하위 계급에 있거나 체력이 약한 수컷은 짝짓기조차 못하고 죽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합니다. 


◆대기근 중에는 아들 출생 상대적으로 적어

‘남녀 성비는 부모의 경제적 여유와 일정부분 상관있다’라는 이들의 가설은 여러 지지자들에 의해 입증됩니다. 1980년대 붉은사슴에 대한 연구 결과 지배적인 암컷이 수컷 새끼를 낳을 확률은 60%까지 치솟습니다. 주머니쥐나 남미산 물쥐, 거미원숭이 또한 영양상태나 좋은 서식 조건, 높은 서열일수록 수컷을 낳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국의 1950년대 후반 대약진운동 실패로 굶어죽은 중국인은 450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 가설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트리버스 지지자들은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이 시행된 1958년 대약진정책 결과가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합니다. 더글라스 알먼드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 연구팀은 ‘1가정, 1자녀’ 정책 시행 40년 동안의 중국 인구 성비 변화 추이를 조사했는데, 대기근이 극심했던 1960∼1963년 태어난 아기 성비는 여자 100명 당 남자 104명 수준이었습니다. 예상됐던 남아선호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은 데다 당시 세계 성비 평균(여자 100명 당 남자 109명)보다도 낮았던 것입니다.


◆억만장자가 아들 낳을 확률은 65%

현대사회에서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 성별을 자연선택하는 경우는 나타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학 포유류연구센터 엘리사 캐머런 연구팀은 2009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억만장자 아버지가 아들을 낳을 확률은 65%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억만장자 아버지가 아들을 낳을 확률은 일반인(50%)에 비해 15%포인트 높은 65%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미시건대학 마사쿠 푸지타 교수팀도 2012년 ‘미국 자연인류학저널’ 9월호에서 부유한 가정의 엄마 모유의 유지방 함량은 아들일 때 평균 2.8%로 딸이었을 경우의 0.6%보다 훨씬 높았다고 전했습니다. 반대로 어려운 가정에서 아들인 경우 유지방 함량은 2.3%, 딸인 경우는 2.6%로 오히려 역전이 됐다고 합니다. 생리적 차원인 모유에서조차 경제적 지위와 자녀 성별에 따라 가장 많은 자손을 보기 위한 자연의 선택이 작동되고 있었다는 겁니다.

◆남녀 성비 균형 맞춰야

그런데 생존·번식 본능에 따른 자연선택의 결과가 왜 중요한 문제일까요? 어느 순간 성비 균형이 깨진다고 해도 자연환경이나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다시 성비 균형을 찾아가는 쪽으로 자연법칙이 작동하지는 않을까요? 키스 바우어 멤피스대학 교수(생태학)는 "일반적으로 수컷은 암컷보다 많은 식량을 필요로 한다"며 "계속해 ‘남초’ 현상이 극심해질 경우 보다 경쟁적인 가족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더욱이 이들이 짝짓기나 영역 다툼을 벌이는 시기가 되면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인류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선 남초도, 여초도 아닌 균형 잡힌 성비를 이뤄야 한다. 사진=인스타그램 커뮤니티 '억만장자 보이즈 클럽'

그렇다고 여초 사회가 마냥 행복하진 않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Santacroce의 세상이야기’에 따르면 미국 흑인 사회의 경우 어느 정도 여초 현상이 두드러진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흑인 남성 상당수가 감옥에 수감돼 있거나 실직자로 흑인 여성들의 결혼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흑인 여성의 혼외 출산 비율은 2014년 71%에 이른다고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밝히고 있습니다. 같은 해 미국 전체 혼외 출산 비율은 40%이고, 백인은 29%, 히스패닉은 53%였습니다. 남미 파라과이는 내전 이후 극도의 여초 사회가 됐는데, 남자가 저지르는 성폭력에 매우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남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사회, 국가의 존속을 위해 이들의 성범죄마저 눈 감는 아찔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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