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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시리아의 희망 ‘하얀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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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8 01:00:31 수정 : 2016-10-18 01: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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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내전 6만명 구한 민간조직
용기와 박애정신으로 인류애 실현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인류 전체를 구하는 것이다.” 이슬람 경전 쿠란의 5장 ‘식탁의 장’ 32절이다.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White Helmets)의 구호다. 내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3년 결성돼 3년간 폭격현장에서 6만여명을 구했다. 시리아 내전의 참혹성을 전 세계에 알린 ‘알레포의 꼬마’ 옴란 다크니시를 구한 것도 하얀 헬멧이다. 재와 피를 뒤집어쓰고 앰뷸런스 의자에 앉아 있던 이 꼬마를 보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눈물지었다. 이런 활동으로 2016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기나긴 내전을 종식시킨 콜롬비아 대통령이 수상했지만, 하얀 헬멧의 봉사와 희생정신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얀 헬멧은 자발적으로 구성돼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이다. 한 영국인 봉사자의 제안에 시리아 민간인이 대거 자원했다.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교사, 학생, 요리사, 운전사 등 일반인이 참여하고 있다. 터키의 지진구호대 봉사단체가 교육과 훈련을 담당한다. 현재는 약 3000명의 대원이 시리아 8곳 주요 도시에서 활동한다. 네덜란드의 ‘메이데이 레스큐’라는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독일, 영국, 미국 등 서방의 단체가 부분적으로 들것 등 의료장비를 후원한다.

이 때문에 시리아 정부는 하얀 헬멧의 활동에 반대하고 서방의 첩자로 규정하고 공격목표로 삼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극한의 공포 속에서 일하고 있다. 구호 과정에서 140여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시리아군의 ‘이중공습’ 전술에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폭격한 곳을 수십 분 후 재차 공습한다. 구호하러 몰려든 하얀 헬멧의 대원과 폭격 현장의 피해자 가족을 노리는 것이다. ‘통폭탄’이라는 비인도적 무기에도 희생을 당한다. 시리아 군은 드럼통에 대량의 폭약과 쇠붙이 파편을 넣어 민간인 지역에 헬기로 투하하고 있다. 방대한 지역에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얀 헬멧은 ‘모든’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폭격 현장으로 달려간다. 이념, 종파, 그리고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시리아 내전에는 정부 지지 세력,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와 같은 이슬람주의 테러세력, 쿠르드 반군, 세속주의 반군 등 다양한 세력이 얽혀 교전하고 있다. 하얀 헬멧은 어느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모든 무고한 피해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무너진 건물로 들어간다. 극단적 내전 상황을 피해 난민으로 떠나지 않고, 무기를 들고 어느 편에서 싸우지도 않고 하얀 헬멧을 쓰고 들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의 용기와 박애정신은 국제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대안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바른생활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이 역사적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시리아 내전이 조속히 종식돼야 한다. 30만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을 무시하고 자국의 이해를 고집하며 시리아 내전 종식 관련 유엔 안보리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강대국의 행보를 국제사회가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인류애와 박애정신을 가진 하얀 헬멧이 내전 이후 시리아 재건의 주도세력이 되도록 국제사회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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