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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힐링을 주는 진정한 유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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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6 23:17:36 수정 : 2016-10-16 23: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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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불행 소재로… 성숙한 인품서 탄생
아픔까지 어루만지는 따뜻한 마음 중요
우리나라에서 입담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 개그맨이 군과 관계되는 내용의 우스갯소리를 했다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사람의 품격, 즉 인격은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 의해 평가된다. ‘말이 씨가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등 말을 소재로 하는 많은 격언이 있는 것을 봐도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인격이 높은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의외로 이들이 재미있는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랄 때가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유머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미있다고 다 유머는 아니다. 진정한 유머는 나를 소재로 남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좋은 것을 소재로 남을 웃기는 것은 유머가 아니다. 내가 잘난 것을 말하면 그것은 자랑이지 유머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자랑을 들으며 부러워하거나 잘난 척한다고 비난할 수는 있어도 웃지는 않는다.

진정한 유머가 성숙한 인품에서만 나오는 이유는 바로 나를 힘들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것을 소재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남들이 웃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측은하게 생각하거나 궁상을 떤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나의 불행을 소재로 하되 나부터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즉, 나의 불행을 재미있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기에 진정한 유머는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위 ‘자기 객관화’를 잘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나를 마치 남처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불행을 소재로 웃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아픔을 소재로 웃기는 쉽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의 불행이나 아픔은 감추려고 하고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아픔은 공개해서 웃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유머는 웃지 못할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친구인 고 이익섭 교수와 나눴던 대화를 잊지 못한다. 저녁을 함께 하던 중, 그가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장애인 복지 증진에 대한 방안을 설명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이야기 말미에 그는 대통령 앞이라고 주눅 들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고 즐겁게 이야기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내가 눈에 뵈는 게 있나” 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음식점이 떠나갈 듯이 폭소를 터트렸다. 사실 그는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다.

만약 필자가 그 친구에게 “너는 눈에 뵈는 것이 없으니 누구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아 좋겠다”고 말했다면 위트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유머는 될 수 없다. 그것은 타인의 아픔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 위장된 공격이기 때문이다. 유머는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데, 진정한 유머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에게는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의 아픔까지도 보듬고 어루만져 줄 따듯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발언 파문 진위와 별개로 우리나라에도 찰리 채플린, 밥 호프, 자니 카슨처럼 국민의 존경을 받는 입담과 인품을 겸비한 코미디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틈틈이 시름을 잊고 웃을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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