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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회사 구성원 간 협동력이 약해지고 근무에 태만하게 되지 않을까요?”
“자율 근무제를 하면 삶의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4층 한국무역협회의 ‘스마트 클라우드(SMART Cloud) IT 마스터’(SCI) 과정 강의실은 뜨거운 토론 열기로 가득했다. 20대 중후반 청년 11명은 15평 남짓 되는 강의실에서 일본어로 각 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발표했다. 틈틈이 전자사전을 통해 단어를 찾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역협회가 진행하는 SCI 과정은 한국 청년들의 일본 정보기술(IT)기업 진출을 지원한다. 약 11개월간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과 일본어 등을 교육한다.일본어 수업을 듣는 김진홍(29)씨는 “일본어를 전공하지 않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체계적이고 실전 비즈니스 회화 등을 배우며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일본 IT기업에 취직 후 이것을 발판으로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10명 중 9명은 해외취업을 꿈꾼다.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무역협회의 ‘SMART Cloud IT마스터’ 과정 중 하나인 자바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있다. 하상윤 기자 |
해외취업은 청년들에게는 큰 도전이다. 취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할 경우, 상당한 시간과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외국에 취업한 청년들이 준비생들에게 해줄 말은 없을까. 지난 7월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에 입사한 김영호(27)씨는 막연히 꿈보다는 잠시라도 취업을 목표하는 나라에 지낼 것을 당부했다. 김씨는 “기회가 된다면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등을 통해 취업을 목표하는 나라를 몸으로 겪어봐야 한다”며 “의식주와 세금, 법·제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치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대기업과 정규직을 목표하기보다 인턴 등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독일 소재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박지훈(32·가명)씨는 “선진국의 유명기업들만 고집하지 말고 회사규모가 작고 인턴이라도 자신이 그 안에서도 어떤 일을 하고 배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취업이라고 해서 화려한 외국생활만을 떠올리면 안 된다.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과 정착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2003∼2010년 프랑스에 소재한 유엔산하 국제기구인 유엔환경계획기구(UNEP)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한 정인희씨(43·여)는 인터뷰 내내 “해외에서 무엇을 왜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당시 경력을 살려 현재는 귀국해 한국 정부 주도로 출범한 첫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수석 담당관으로 활동 중이다. 정씨는 “구글이든 해외 국제기구든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정해야 한다”며 “그 후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만의 분명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취업이란 막연한 동경보다 자신이 해외에서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첫술에 배가 부를 수 없듯이 자신의 열정을 증명할 수 있도록 관련 경험들을 꾸준히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혁씨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명확히 설정한 후 그에 맞는 커리어를 쌓고, 해외 취업을 위해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씨 역시 “자동차 분야에 관심이 있어 독일에서 인턴을 통해 경력을 쌓고 있다”며 “이 경험이 나중에 정규직 취업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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