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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의책읽기,세상읽기] 녹색화, 지금 여기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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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1 01:19:03 수정 : 2016-10-11 01: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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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지구 살릴 방법은 녹색화
환경과 생명 위한 창의적 실천 필요
부산국제영화제개막 직전에 부산 등 남부 지역에 태풍 ‘차바’가 엄습했다. 바다 전망을 자랑하는 해안가 아파트 단지며 도로 등이 순식간에 파도와 태풍에 휩쓸리며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속절없이 영화 ‘해운대’를 떠올리게 했다. 2009년 윤제균 감독의 재난 영화 ‘해운대’가 현실에서 재현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해운대의 ‘차바’만이 아니다. 아이티, 콜롬비아, 바하마 등 카리브해를 휩쓸고 플로리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매슈’의 위력도 가히 공포스럽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재난으로 세계가 불확실성의 불안에 빠지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후 문화’의 공동저자들(우도 쿠카르츠, 하랄트 벨처, 울리히 베크 외)은 기후변화 문제를 환경학이나 지구물리학 등 부분적인 전문 학자나 관련 정책 입안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와 인류의 운명 전체에 걸친 비상한 문제임을 다각적으로 환기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검토하고 해결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각종 매체에서 온실가스, 온도 상승과 이상 기온으로 인한 빙하 감소 및 해수면 상승,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 등을 보도하며 지구 재앙의 위험을 경고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여기는 아닌, 지금은 아닌, 나는 아닌”(우도 쿠카르츠) 태도를 보인다. 사회적 파국과 시스템 붕괴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2010년 멕시코 칸쿤 기후회의에서 설정한 지구 온도 상승폭 억제선인 산업화 시기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를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하랄트 벨처 등은 기후변화의 경제 비용도 엄청난데 그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미 2007년에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전 세계 차원의 GDP(국내총생산)의 20%에 가깝다는 보고가 있었거니와 그 수치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중장기적으로 그 비용은 더욱 증폭될 터인데 단기적인 경제성장만을 추진한다면 그 해결 방안은 쉽지 않다. 지구 온도 상승폭 억제선이 빠르게 무너진다면 지구 안전 시스템은 결코 장담할 게 못된다.

그런 면에서 공저자 중의 한 명인 울리히 베크는 ‘녹색근대’론을 주창한다. ‘위험사회’론으로 유명한 베크는 이 책에서 사회의 전반적인 녹색화를 제안한다. 그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과 조직화된 무책임성, 전 지구적 위험과 매체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서 민족주의를 넘어선 세계주의 차원에서 ‘녹색근대’를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논의한다. 근대와 자연 및 경제성장 사이의 함수관계를 새롭게 성찰해 ‘대안적 근대’를 고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색근대는 새로운 번영의 비전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 내용은 시장 신봉자들이 경제성장을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경제성장일 수 없다. 녹색근대는 부(富)를 경제지수로 규정하지 않고, 자유와 창의성을 포함하는 보편적인 번영으로 정의할 것이다.”

지난여름 리우올림픽에서도 환경과 생명의 문제가 강조됐지만, 하나뿐인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한 ‘녹색근대’, 그것을 향한 다각적 성찰과 창의적 실천의 문화를 더 깊이 고민할 때다. 지금, 여기서, 내가….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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