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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밥상 음식에 얽힌 재미있고 맛깔난 이야기

입력 : 2016-10-08 03:00:00 수정 : 2016-10-07 19: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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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우 지음/어크로스/1만6000원
우리 음식의 언어/한성우 지음/어크로스/1만6000원


살아가는 게 힘든 요즘,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누군가 말한다.

“먹고사는 게 참 힘들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먹고사는 것이다. 음식과 관련된 말에 삶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건 그래서다. 저자는 “우리의 말로 표현된 그 속에는 우리네 삶의 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음식의 언어를 살펴보는 일은 ‘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밥은 음식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언어학적으로 우리 민족에게 밥은 일편단심의 단어다. 밥은 방언을 아무리 뒤져봐도 다른 변이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땅의 모든 곳에서 ‘밥’이라고 하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모든 문헌에도 그렇다. 저자는 “한 음절이니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은 더 적어진다”는 언어학적 풀이에다 “애초에 모든 지역에서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음식이었으니 변이가 일어날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인다.

‘집밥’이니 ‘혼밥’이니 하는 단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극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밥은 집에서 먹는 것이 당연한 시절을 살아왔는데 세상이 크게 변했다. 밥을 밖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세 끼 모두를 식당에서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 일도 흔하다. 식당밥이 워낙 흔해지다보니 새롭게 집밥이라는 말이 생겼다. 집밥에는 어머니와 아내의 냄새, 나아가 가족의 냄새가 난다. 가족 간의 사랑과 정성이 더욱 그리워진 세태가 굳이 집밥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밥이 보여주는 변화는 더 극적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이 ‘식구’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의 동료를 흔히 식구라고 부른다. 한자로 쓰면 ‘食口’,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밥은 혼자 먹는 게 아니라 누가 됐든 함께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단어다. 저자는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식구라는 말은 점차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집에서 밥을 먹어도 끼니를 같이할 사람이 없어 혼자 먹게 되니 ‘식구’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썼다.

방언학 분야의 중견학자인 저자는 밥에서부터 국과 반찬을 거쳐 술, 음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밥상 차림을 따라가며 그것과 얽힌 언어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중국의 ‘라몐’과 그것에서 유래한 일본의 ‘라멘’, 한국의 ‘라면’은 같은 한자인 ‘麵’(면)을 쓰지만 각국의 고유한 음식이 되었다며 세 나라의 역학 관계를 짚기도 한다. 채소를 다룬 장에서는 여러 재료를 한데 모아 먹는 ‘쌈’과 다양한 것이 뒤섞이는 공간인 ‘샐러드 볼’은 우리와 서양의 문화 차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국을 다루면서는 ‘부대찌개’를 통해 동서양을 막론한 재료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어우러지는 국의 참맛을 발견하기도 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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