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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김영란법'인가… 문제는 불평등이야, 불평등이 부패 유발자

입력 : 2016-10-01 03:00:00 수정 : 2016-09-30 19: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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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성 지음/김재중 옮김/동아시아/2만3000원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유종성 지음/김재중 옮김/동아시아/2만3000원


‘문제는 ‘김영란법’이 아니라 불평등입니다.’

저자 유종성 호주국립대학교 교수는 “부패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이 부패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불평등이 먼저일까, 부패가 먼저일까?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상을 어렵잖게 이해할 수 있다.

공기업에 자녀의 채용을 청탁하다 적발된 유력자 얘기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취업난 속 부정 채용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박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업권을 따기 위해 사법 권력에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CEO, 벤츠 승용차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 현직 검사 등…. 유력자와 그 친인척들이 저지른 범죄는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하지만 사회는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이 사회의 ‘부패’는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3년 전 처음 등장한 ‘김영란법’ 또한 법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불평등에 지친 사람들의 분노를 모아낸 ‘뜻밖의’ 키워드가 되었다. 부패한 권력 엘리트에게 뭇매를 든 대중이 불평등한 자신의 위치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은 여론의 물밑에 숨겨져 있던 분노가 응축되어 터져나온 현상이다. 실력과 능력보다 든든한 ‘뒷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해진 현실이 빚어낸 형국이다. 하지만 부패는 부패 행위 자체를 처단하는 법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접대문화를 일소하면 부패 문제가 해결될까.

아무리 좋은 민주주의제도를 갖추고 있어도 불평등이 심할수록 개혁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수의 권력 엘리트들과 다수의 일반인 모두가 ‘부패 행위’에 다가가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특혜에서 소외된 일반인들은 배타적인 혜택을 얻기 위해 비리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에서는 후견인에 의존하는 후견주의,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국가가 좌지우지되는 ‘엘리트 포획’ 등이 다수에 의해 견제되는 구조가 갖춰진다. 결국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사람이다. 제도가 놓여 있는, 제도가 시행되는 불평등한 구조 자체가 핵심이다. 극심한 불평등은 제도의 효율성을 무력화시킬 수도, 극대화시킬 수도 있는 주요 기제이다. 저자는 불평등이 민주주의제도 자체를 뒤흔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김영란법’이 아니라 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힘든 양극화된 경제구조”라고 일갈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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